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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니 Sep 05. 2016

[베를린에서 한 달] 저렴해서 고맙지만

Hungry Planet in Berlin


베를린에 와서 이틀 동안 에너지를 다해서 시간을 소요한 것은 바로 장보기. 한 달 동안 레지던시 한 곳에서 쭉 머물기 때문에 먹거리뿐만 아니라 세제와 비누 등의 생필품도 사야 했다. 매번 매식을 하는 건 비용도 비용이지만 간단히 요리해 먹는 것이 덜 번거로울 때가 있을테니 말이다(그리고 요리를 좋아한다). 마트와 시장에서 하루 종일 있기만 해도 좋은 나는 베를린에서도 이런 곳을 찾아 헤맸다. 내가 생각한 마트는 우리나라의 E-Mart나 아니면 영국의 Sainsbury's 같은 곳으로 모든 걸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형마트였다. 그래서 열심히 찾아보았으나 왠지 베를린에서는 그런 곳을 찾기 어려웠다. 알고 보니 독일엔 일단 그런 대형 마트 체인이 없으며, 굳이 말한다면 마트 체인은 있지만 주력으로 파는 물품이 다 달랐다. 세제와 같은 생필품은 이 곳에서, 식료품은 저곳에서 이렇게 나눠서 사야 한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곳에서 온 내겐 꽤나 귀찮은 일이었지만, 그만의 까닭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중에 마트만 비교하는 포스팅하라는 계시로 알고 한 달 동안 여기저기를 다녀보도록 하겠다.


그래서 사진에 보이는 식재료들은 다 다른 곳에서 사들인 것이다. 독일에 왔으니 일단 소시지를 -독일에서는 'Sausage'라는 단어 대신 'Wurst'라고 한다. 소시지는 미국식 단어. 그래서 '커리부어스트'를 커리를 어디다 부어서 만드는 음식이냐고 물었던 나는 아재 취급을 받았다- 한 팩 샀으며, 사진엔 없지만 파스타와 파스타와 샌드위치에 들어갈 치즈 4종, 그리고 ORO Di Parma(추천을 받아서 샀으나 아직도 뭐에 쓰는지 모르겠다. 치약같이 튜브에 들어간 음식이라니!) 샌드위치에 넣을 햄, 과일과 샐러드, 요거트, 페이스트, 마요네즈, 그리고 양파 플레이크(정확한 단어는 모르지만, 핫도그에 올라가는 구운 양파) 이렇게 저렇게 샀는데 가격은 무려!('무려'는 이런데 쓰는 부사가 아니지?) 25유로(한화 31000원가량)가 안된다. 저렴한 상품만 골라산 것도 아니다. 저기엔 오가닉 제품도 꽤 포함돼 있다.


예전 같으면 득템 한 기분에 신났을 것 같지만 왠지 시무룩해졌다. 한국에서 3만 원으로 장을 보면 무얼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최소한의 쌀과 채소만 샀어도 3만 원은 훌쩍 넘었을 것이다. 과일도 들었다 놨다 하다가 결국 먹고 싶은 것 대신 싼 걸 사던 며칠 전의 내가 생각나 그렇게 기쁘지만은 않았다. 최저시급과 최저시급에 미치는지 자존심이 상해서 계산은 안 해본 나의 디자인료와 화료에 대해 쓴다면 키보드를 치는 내 손이 다 아프겠지.


그렇지만 있는 동안은 그런 생각은 최대한 하지 않고, 일단 내게 주어진 치즈를 열심히 먹자. 그리고 또 사 먹자.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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