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사람 타다 탑승기
10월 31일 시월의 마지막 날, 부산에서 서울(여행?)을 온 김에, 탑승 인증 릴레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타다'를 이용해보았습니다.
같은 날, 부산에서만 이용할 수 있던 중국발 자전거 공유 서비스 'ofo'는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탑승 인증도 하고, 친구들에게도 많이 권했던 브랜드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동서울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이미 깔아놓은 앱으로 차량을 호출했습니다. 10분 정도 대기시간이 있었습니다.(잠실 쪽에서 오셨습니다) 제가 호출한 장소로 정확히 왔고, 차문은 자동으로 열렸습니다. 탔습니다.
차 안에서는 좋은 향이 나고, 자리에는 온열시트가 켜져 있었습니다.(엉덩이가 타는 줄) 그리고 정말 넓었습니다. (혼자 타기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로..) 쾌적한 차를 탔습니다. 거기다 스마트폰 푸시 알림으로 각종 정보들을 알려주고 와이파이가 되는 게 신기했습니다. 휴대폰 충전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인증 릴레이 글들과는 조금 다른 경험들이 있었습니다. 기사님은 정말 아무 말도 안 하셨습니다. 안전벨트를 매달라거나, 목적지 확인도 안 했습니다. 거기다 음악마저 꺼져 있어서 차 안은 싸함이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도로 사정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과격하게 운전을 했습니다. 아무 말도 안 하면서 그런 식으로 운전을 하니 사실 조금 무서웠습니다.
다행히 목적지에 별 탈 없이 도착해 친구를 만났습니다, 밥을 먹으며 타다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친구는 금시초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자동문, 와이파이, 온열시트 등의 이야기는 관심을 끄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굳이 타다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차량을 호출했고 이번엔 대기시간이 5분이었습니다.
차량이 가게 앞에 도착했는데, 문이 안 열립니다. 슬쩍 안을 보니 기사님이 이것저것 만져보고 있었습니다. 문이 열렸습니다. '음 뭐지?' 하며 탔습니다.
이번 기사님은 목적지를 물어보셨습니다. 저도 잘 모르는 곳이라 지도를 확인해달라고 하니, '아 그러면 되네요'라고 하셨습니다...
차량엔 디퓨저와 휴대폰 충전기도 없었습니다. 라디오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내리려고 하는데, 기사님이 저희에게 물었습니다. '요금은 앱으로 결제되는 건가요?' 저희가 정말로 첫 손님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기사님들은 다 교육을 받고 투입된다고 들었는데, 서비스 이용자가 갑자기 많아지다 보니 급하게 투입되신 걸까요?
기대가 커서 그런지 두 번의 타다 경험은 엥?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확실히 쾌적하고 새롭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존의 택시와 달랐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경제동아리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동아리 친구들과 서울에 처음으로 왔었습니다. 역까지 친구 아버지가 차로 데려다주셨는데, 서울에 가서 택시를 탈 때 조심하라고 말해주셨습니다. 사투리를 썼다가는 길을 뺑뺑 둘러 바가지를 쓸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서울역에 도착해서 신촌에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 탔습니다. 최대한 서울말 같은(부산 사투리 같지 않은) 말로 경로를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바가지를 쓰지 않고 목적지에 잘 도착했습니다.
사실 친구 아버지가 미리 경고를 해주셨던 것은, 분명히 그런 나쁜 택시기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안 그런 분들이 더 많지만요.(그 뒤로도 몇 번 탔지만 저는 바가지를 쓴 적 없습니다. 서울말을 잘 써서 그런가?)
택시는 우리가 골라서 타는 것이 아니고, 타기 전까지는 혹은 타고 내릴 때까지는 이 택시가 어떤 택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택시는 택시마다 너무 다릅니다. 담배냄새에 찌든 택시가 있는 반면, 센스 있는 기사님이 디퓨저를 꽂아놔서 향기로운 택시가 있습니다. 정말 상스럽게 말하고(+욕) 껄끄러운 주제의 질문을 하고 거칠게 운전하는 기사가 있는 반면, 정말 나이스한 매너와 운전스킬을 가진 기사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지불하는 요금이나, 등급같은 것과 상관없이 운에 의해 결정됩니다. 좋은 기사님은 바라지도 않으니 나쁜 기사님만 만나지 않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더라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 부산 택시도 다르지 않습니다.
카카오택시, 풀러스 등 이런 택시의 불편들을 해결해보려는 서비스들이 나왔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유의미한 성과들을 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우버를 허용하면 될 텐데..)
그런데 지난달 타다가 나왔습니다. 모빌리티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사람들의 허기를 채워주고 있습니다.(최고의 조미료는 공복이라고 합디다) 정말 맛있게 탑승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찬양, 권유, 심지어 간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동시에, 저처럼 그런 콘텐츠를 통해 타다를 알게 되어 이용했지만 찬양글과는 다른 경험을 하거나, 본인에게 타다가 주는 효익이 덜 와 닿는 분들의 경험도 공유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타다를 타면 운이 좋든 나쁘든 불쾌한 경험을 할 일은 없어 보입니다.(지금까지는)
저는 ofo가 부산에 처음 베타 서비스를 진행했을 때, 이 서비스가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놓을 줄 알았습니다.(그때는 진짜루..) QR코드로 자전거 락을 풀고, 다 탄 다음에는 아무 데나 세워놓으면 되는 (제 기준) 혁신적인 기능들은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ofo는 한국에서 철수했습니다. 그들이 생각했던 소비자의 규모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겠죠.(다른 복합적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지금 많은 분들이 타다를 타고 그 경험을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차원에서는 분명히 좋은 현상입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경험들을 겪게 된 요소들을 지키고 다듬어서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것이겠죠.
타다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탔던' 사람들의 수나 탑승 인증 글의 수가 아니라 매일매일 '타는' 사람의 수일 테니까요.
출근하고, 퇴근하고, 놀러 가고 그리고 이동하는 사람들의 삶을, 보다 좋게 바꾸어 가면 좋겠습니다.
- 사족
1. 타다를 탔던 분들 중에, 크게 만족한 분들은 대부분 승차거부가 없다는 점을 '찬양'했습니다. (서울의 승차거부가 어느 정도길래..)
2. 이제 서울에서 5명 이상이 택시를 탈 때, 기사님을 설득하거나 두대의 택시에 나눠 타지 마세요. 타다는 6인까지 탑승 가능합니다. (몸집이 크신 분들에게도 유용할 것 같습니다)
3. 카카오택시는 기사님의 이름만 나오는 반면, 타다는 '기사님'이 붙어있습니다. 저는 이런 차이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