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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 Oct 16. 2018

신발을 신어본 사람이 만든 신발, 마더그라운드

본격 '내 신발 자랑' 글

 신발을 신어보지 않고 신발을 만드는 사람이 있을까요? 나아가 신발을 신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신발의 기능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탐스는 매년 4월 16일 'ONE DAY WITHOUT SHOES'라는 캠페인을 통해 신발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메시지와 그것을 통해 신발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는 산업화가 만들어낸 물질의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먹고 입는 것의 기능을 해체하고 재구성하기도 합니다. 무엇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는 본 기능에 가까운(이것도 제 기준..)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물론 새롭게 재구성된 것도 좋아합니다...)


신발도 의미가 재구성되는 대상 중 하나입니다. 신발은 발을 보호하는 것을 지나 패션 아이템으로 수집의 장르로 확장되고 있습니다.(주변에 지네처럼 신발이 많은 사람들이 꽤 있네요)


신발을 구매할 때, 여전히 착화감, 내구성 등 전통적인 기능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구찌의 수영복처럼 몇몇은 부가적 기능이 본 기능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BALENCIAGA 공식 홈페이지 / 발렌시아가 트리플 S 트레이너


42 사이즈 기준으로 한 족당 900g에 육박하는 발렌시아 트리플 S는 스니커즈임에도 불구하고 군 전투화보다 무겁습니다. (동일 사이즈 기준) (물론 그 무게마저 갬성)


MATCHES FASHION.COM / GGDB 슈퍼 스타 로우탑 가죽 스니커즈, 그리고 단짝 슈구


GGDB(Golden Goose Deluxe Brand)의 스니커즈는 밑창이 빨리 닳기 때문에(별명이 지우개입니다), 구매하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밑창 보강제인 슈구를 바르는 일입니다. (마치 에어팟을 사면 에어팟 케이스용 케이스와 키링을 사는 것처럼)


+ 위 두 사진의 제품은 중고가 아니라 새 것입니다.



결승점을 위한 신발


육상 스포츠는 9.58초만을 위한 신발을 만들고 2시간을 위한 신발도 만들어냈습니다.(이건 금지당했습니다만) 결승점을 향해 달릴 때는 도움이 되겠지만 집 앞 카페에 갈 때는...


일상인의 신발


이번 봄, 일상에서 신을 흰색 운동화를 사려고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일상화를요. 먼저 제 일상을 되내어보았습니다. 저는 두층짜리 옷가게에서 하루 8시간 서서 일하고 도시에 살고, 옷 입는 스타일은 무난함을 추구하는. 이렇게 제 일상을 되내어 보니 몇 가지 기준이 생겼습니다.



다양한 스타일에 잘 어울린다

저는 패알못(패션을 잘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매매일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신발을 고를 수 없습니다.(모든 스타일의 신발을 살 돈도 없고,,) 그래서 어떤 스타일에도 잘 어울리는, 어떻게 보면 만만한 디자인을 선호합니다. 이번 신발도 그런 만만한 스타일로 찾아봤습니다.


'적당'한 무게와 튼튼함, 소재

무게는 가벼우면 무조건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무게를 결정하는 것은 소재거든요. 8시간을 서있으면서도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복잡한 창고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적당히' 가볍고 튼튼한 무게를 찾아야 했습니다. 소가죽이나 코팅된 면이면 적당할 것 같았습니다.


최소한의 브랜드가치

예산도 얼마 없으면서 따지는 건 정말 더럽게 많습니다. 그 제품을 만든 브랜드(사람)의 가치관도 따져봤습니다. 뭐 숭고할 필요까지는 없고, 나쁘지만 않으면 된다?정도로. (스X누정도만 아니면..) 전 쓸데없이 이런 것도 따집니다...(의미모를 레터링이 있는 옷은 일단 거릅니다)



신발과의 조우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한 모임에 나갔는데, 제가 점찍어둔 브랜드의 신발을 두 분이나 신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대구에 그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연다고 해서 대구로 갔습니다.(신발은 신어보고 사야 한다고 아빠가 그랬습니다)


대구 오브젝트에서 진행한 '보부스토어'


신발을 신어본 사람이 만든 신발


손잡이가 다했다


사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혀에 있는 손잡이요. 보통 아예 없거나, 뒤에만 손잡이가 있는 신발은 꽤 있는데, 앞뒤에 모두 손잡이가 있는 신발은 처음 봤습니다. 신발을 신어 보신 분들이라면 혀가 안으로 들어가거나, 혀가 짧아서 불편했던 경험 한 번씩 해보셨을 겁니다. 이 손잡이 때문에 '아 이 신발, 신발을 신어본 사람이 만들었구나. 사려 깊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부분들도 더 가치 있게 다가왔습니다.(실제로 착화감도 편하고, 쿠셔닝도 나쁘지 않습니다. 내구성은 더 신어봐야 할 거 같은데..) 제품에 얼마나 많은 고민들이 담겨있을지.



브랜드스토리는 덤

인상적인 아웃솔, 어머니 바닥(feat. 빅스비 비전)


홈페이지, 제품 패키지, 보부스토어 등에서 아웃솔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 설명해줍니다.



가격은 왜 이렇게 (비)싼지, 어디서 만들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다 나와있습니다.(부산에서 만들었대서 더 좋음.. 왜지) 그래서 사고 난 후에도 제품에 대해 만족감이 커지고 다른 제품도 궁금해집니다. (인스타 보니까 신제품이 나온다던데)


이곳에서 마더그라운드(mother ground)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잘 신고 다닙니다


내 신발는 백로 색상이다. (WHITE ll)


잘 신고 다니고 있습니다. 특히 일하러 갈 땐, 거의 반은 마더그라운드를 신습니다. 물론 신으면서 더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보입니다만.(?) 일상화를 산다면 또 마더그라운드를 검색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누군가 신발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마더그라운드라고, 이 신발은 신발을 신어본 사람이 만든 신발인데, Blablabla···"



사족)

- 스피드러 사서 슈구 바르고 신고 다니고 싶다...

BALENCIAGA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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