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2월에 출발하는 치앙마이행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며 여러 가지를 확인했습니다. '수강신청을 해야 하니 이 주는 피해야 하고, 이 날 출발하면 개강이 얼마 남지 않아서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적네..' 이것저것 고려하면서 저에게 맞는 최적의 티켓을 예매했습니다.
그리고 2월! 제 티켓은 취소됐습니다!!! 사실 비행 편 자체가 없어졌습니다. 덕분에 수수료도 없이 환불했습니다. 베이징을 경유하는 비행기였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19는 여러 가지를 바꿨습니다. 제가 꼼꼼히 확인했던 수강신청도 일주일 연기됐고, 개강일도 일주일 뒤인 3월 9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등교일은 2주 뒤인 3월 16일로 예정되었습니다. (개강일과 등교일이 다른 이유는, 개강은 하되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그 이후부터 교정으로 등교해 수업을 들을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수수료 면제! 와!! 개강일과 등교일이 다르다
사이버 캠퍼스 개강 1주 차 : 과제의 시작
그렇게 다들 보고, 겪은 사태가 이어지며, 3월 9일 개강했습니다. 개강했다고 하긴 하는데, 개강의 느낌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학교에서는 '온라인 활용 대체 수업'을 만들어줬습니다. 단어는 거창하지만, 과목별로 과제를 해서 제출하면 됩니다. 공부가 되는 과제가 있는가 하면, 깜지를 쓰는 듯한 느낌의 과제도 있고(컴퓨터로 해서 다행입니다), '정말 이게 과제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아무튼 다 제출했고, 1주 차 수업은 끝이 났습니다.
연기, 연기, 또 연기
아 참고로, 등교일은 또 연기가 되어 3월 30일로 바뀌었습니다. 다시 4월 6일로 연기되었다가, 현재 3월 30일 기준 4월 20일로 연기되었습니다. 중간시험은 폐지되었습니다. 몇몇 학교의 경우 이번 학기 전체를 온라인 실시간 수업으로 대체했다고 하기도 합니다.
(출처 : 에브리타임)
사이버 캠퍼스 2주 차 : 모든 시도는 신기할 수밖에
이번 학기로 은퇴를 하는 김일철 교수님은 가장 의욕이 넘치십니다.(늘 젊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분입니다) 화상회의 서비스 ZOOM을 이용해 실시간 화상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뭔가 꼬여서 채팅방을 새로 만들고, 낯선 환경에서 출석체크도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신기한 건, 40분이 지나자 화상채팅창은 칼같이 꺼졌습니다.(무료 이용자의 경우 40분까지 이용 가능합니다.) 태어나 처음 해본 화상 수업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다른 교수님들은 강의 녹화본을 유튜브나 학교 시스템에 올려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대부분 혼자서 녹화하며 강의하는 것과 달리, 한 교수님은 특이하게 조교님들이 함께 출연하는 강의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토크쇼 같은 분위기 덕분에(?) 현장감이 더해졌습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인해 만들어진 상황에서의 모든 시도는 교수님들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신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이버 캠퍼스 3주 차 : 등록금을 환불하라
이제는 이 사이버 캠퍼스 생활도 나름 익숙해졌습니다. 저는 이걸 더 좋아하는 편에 속합니다. 온라인 실시간 강의가 있는 게 아니면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고, 불편한 강의실 의자에 앉지 않아도 됩니다. 신기한 실시간, 녹화 영상 수업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출처 : 잡앤조이)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학생들이 대학교를 상대로 등록금 일부 환불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학교 단위 커뮤니티부터 청와대 청원게시판, 그리고 뉴스에 실릴 만큼 공론화되고 있습니다. 대학교가 온라인 수업을 지원하고 교수들이 노력을 해도 본래 모습의 수업보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학교가 노력을 덜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몇몇 학교가 3시간짜리 강의를 1시간도 안 되는 강의와 형식적인 과제로 때우고 있으니까요. 저희 교수님의 ZOOM을 이용한 실시간 화상 강의는 여전히 40분이 지나면 종료됩니다. 학교는 조금 더 상황이 길어지면 유료멤버십을 구매한다고 합니다. (이미 이 상황은 충분히 길어진 것 같습니다만) 등록금 환불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NEW 수강신청 : 사이버 캠퍼스 유튜브관, YBM관
등교를 하지 않으니 여러모로 시간이 남습니다. (등교를 하지 않으니 하교도 하지 않고) 저는 지금 학생이라기보다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 백수에 가깝습니다. 제 신분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무언가 할만한 것'을 찾았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MOS 자격증 강의를 YBM에서 듣고, 또 재생목록에만 추가해뒀던 유익한 유튜브 영상들을 꺼내 봅니다. 지금은 영상편집, 루마퓨전 활용, Notion 툴 활용, 영상 촬영 강의를 보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게 저한테는 꽤 맞는 편이라 클래스101의 '에디터 기은'님의 강좌가 열리면 유료결제를 해서 들어볼 생각입니다.(관심 있는 분 같이 들어요. 아직은 오픈 전)
이 글도 노션으로 정리하며 작성했다
방구석 리뷰룸 채널의 루마퓨전 강좌, 간단한 컷편집 위주의 영상편집은 루마퓨전도 좋은 것 같습니다
사이버 캠퍼스 4주 차 : 지금 캠퍼스는 문 안에 있다
다사다난한 사이버 캠퍼스 라이프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세상은 문 밖에 있다'는 광고 카피와 대조적으로 지금 캠퍼스는 문 안, 모니터 속에 있습니다. 지금 문 밖의 세상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세상 같지가 않습니다. 한 도시에 하루 1000명이 코로나로 목숨을 잃는 이탈리아에 사는 친척 가족은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가 휴교에 들어간 사촌동생은 외출도 하지 않는데 집에서 화장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재앙이 어서 빨리 종식되어 문 밖의 세상도 걱정 없이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의 미래
화상수업 중에 교수님이 '이 사태가 지난 후의 세상은 어떨까? 대학교는 어떨까?'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교수님은 지난주까지 MOOC를 이용해서 미국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수업을 들었는데 꽤 만족스러웠다고 아야기하며, 학생들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지금 학교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학교의 존재 이유를 학생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너무 급하게 다가온 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실제로 (전통적인 형태의) 학교의 존재 이유를 받침 할 근거가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악몽 같은 코로나 19 사태 이후 세상, 그리고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요?
사족)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Skype, Nexoffice, Hangout 등 화상 통화 앱들을 사용해봤는데, Zoom이 편의성이 가장 뛰어납니다.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보완되어 있습니다.(무료버전 기준)
이어즈 & 이어즈(Years & Years)를 봐서 그런지 이 상황들이 영화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