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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 Jan 15. 2020

새로운 우물을 찾는 개구리

내가 살고 싶은 우물은 어딜까

우물 안 개구리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물 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개구리는, 우물 안과 우물의 모양에 따라 보이는 하늘(보통 동그라미나 네모)을 세상의 전부라고 믿을 수밖에 없겠죠. 사람도 자기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분을 비꼬아 표현할 때 쓰입니다. (저도 조금 이런 편입니다.. 죄송합니다. 고치겠습니다..)


우물 밖에 있을 수 있나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어떤 시간, 어떤 장소에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나는 내가 사는 곳과 사는 시대에 영향을 받지 않겠어'라고 생각하며 살아도, 그 생각을 하는 순간에도 그곳에 서있고, 그곳의 공기를 마시고, 그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혹시 정말 주변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결국 사람의 시야각은 200도 정도입니다. 결국 우리는 어떤 형태든 우물 안에 있습니다.)


부산이라는 우물에 살고 있습니다


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우물에 들어가 하늘을 봐야 합니다.(세상을 경험합니다.) 부산에 사는 사람은 부산이라는 우물에서 하늘을 봐야 합니다. 저처럼 황령대로 319번가길에 사는 사람은 황령대로 319번가길이라는 우물에서 하늘을 봐야 합니다. 앞 베란다로는 광안리와 광안대교가 보이고, 뒷베란다로는 초록나무로 빽빽한 황령산이 보입니다.  매일매일 이 모습들을 봅니다. 그러다 보니 남들은 멀리 서울에서도 보러 오는 광안대교가 그냥 해운대나 기장으로 갈 때 빨리 갈 수 있는 도로가 되고, 외국인도 놀러 오는 황령산은 그저 아빠가 자주 가는 뒷산입니다. 우리가 사는 우물은 늘 이런 식입니다. 익숙하긴 하지만, 새롭고 흥미롭진 않습니다.


황령대로 319번가라는 우물에서 본 하늘

그래서 새로운 우물을 찾아다닙니다.


그래서 새로운 우물을 찾아다닙니다. 서울도 가고, 대구도 가고, 파타야도 갑니다. 그리고 같은 부산이지만 가지 않았던 하단과 영도에도 갑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부산사람 맞나? 한국사람 맞나? 지구 사람 맞나?라는 생각을 하며 깨닫습니다. 지역을 옮겨 다니는 것은 물리적으로, 경제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눕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어떠한 지, 마케터는 어떤 일을 하는지,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은 사람은 어떤 세상에 사는지, 그가 왜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 친구가 어제 뭘 샀고 다음 달에는 어디로 여행을 갈 건지 텍스트나 이미지, 그리고 오디오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다른 우물을 경험합니다. 그 우물에서 잠시나마 다른 이들의 하늘을 봅니다.


대구라는 우물의 하늘, 미래도시(?)

그렇다고 같은 하늘을 볼 순 없어요


제가 새로운 우물을 찾아다니면서 가장 많이 착각하는 것은, 처음 본 곳을 '와 여긴 이렇네?' 해버리는 겁니다. 파타야는 여유롭기만 한 줄 알았고, 소설가는 번뜩이는 영감으로만 글을 쓰는 줄 알았습니다. 대구는 나름 시원한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파타야는 저의 여행지였고, 소설은 저에게 소비할 콘텐츠였고, 대구는 제가 갔을 때만 조금 시원했을 뿐이었습니다. 아쉽게도 다른 우물의 하늘을 잠시잠시 보기 때문에 제대로 보진 못하는 것 같습니다.




파타야라는 우물의 하늘, 난 여유로운 줄만 알았지


그래도 새로운 우물을 찾습니다


나는 어떤 곳에 있을 때 하늘이 가장 예뻐 보이는지, 어떤 직업을 가질 때 가장 노을이 멋질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질 때 비가 오는 하늘마저 낭만적으로 느껴지는지를 알고 싶거든요. 가장 체류하고 싶은 우물에 빠지고 싶습니다.







(+최근 내가 간 우물의 하늘들)

황령산이라는 우물에서 본 하늘, 빽빽한 나무들
해운대라는 우물에서 본 하늘
날마다 브랜드라는 우물에서 본 하늘
영도라는 우물에서 본 하늘
가로수길이라는 우물에서 본 하늘, 뜨브와
올림픽공원이라는 우물에서 본 하늘, 88
몽촌토성이라는 우물에서 본 하늘, 천국의 계단..?
합정이라는 우물에서 본 하늘, 어떤 기분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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