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짬나는 시간에 구독하고 지켜보는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유튜버에게 논란이 생긴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닐까요?
어느 광고홍보학과생의 고백
2013년 여름, 부산의 한 학생은 광고업계의 큰 축제인 부산국제광고제에 갔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진로의 정점에 서있는, 이 학생에게는 영웅과도 같은 한 광고업계 전문가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뒤로 그 학생은 광고홍보학과생이 되었고, 광고 공모전에도 나가고 광고동아리에도 들어갔습니다. 또 2013년에 만났던 그 전문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서울에 가고, 그 사람의 책을 사서 읽고, 또 동기와 선배들을 데리고 다른 학교에서 진행하는 특강도 찾아갔습니다. 그 전문가를 보면 삶에 동기부여가 되었나 봅니다. 그리고 그 느낌을 주변에 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2016년, 그 광고전문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국가적 이슈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당시 군 복무 중이던 학생은 엄청난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습니다.(논란의 진실을 떠나, 그 전문가가 논란에 포함되었다는 그 자체로) 그 전문가를 믿고, 따르고, 주변에 추천했던 4년이 '가짜'가 됐다고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그 학생은 이후로 모든 사람과 세상을 잘 믿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2013년, 광고 전문가가 한 학생에게 써준 글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유튜버, 혹은 누군가
위 이야기의 학생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소소하게, 혹은 찐하게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던' 유튜버가 이번 논란에 휩싸였을 때, 논란의 진위여부를 떠나 큰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유튜버의 영상을 봤던 시간, 친구와 그 유튜버에 대해 이야기하던 시간, 그리고 그 유튜버의 추천을 통해 구매한 제품들을 창고나 쓰레기통에 깊숙이 넣어버리진 않았을까요.
'진짜 문제'
MCN, 유튜버, 광고주, 그리고 법과 제도, 모든 것에 문제가 있었을 겁니다.
보통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터지는 이유는, 한 개인의 문제이기보다는 곪을 대로 곪아버린 총체적인 문제인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보다 큰 문제는, 그 곪아가는 과정 때문에 어느 누군가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멈춰버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