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l Aug 31. 2020

광고 전공자가 본 유튜브 뒷광고 논란의 '진짜 문제'

'진짜'란 무엇인가

이번 달, 한 신문에서 '유튜브 뒷광고 논란'에 대한 자유로운 글을 써주길 요청해서, 글을 썼습니다.

그 글은 예정대로라면 2020년 9월 1일 자 신문에 실릴 예정이었지만 기고는 취소되었습니다.


저는 정말로 자유롭게 글을 썼는데, 담당하는 기자님이 제 글을 대부분 고치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자유롭게 쓰라며..)

왜 고치려고 하셨는지 이해는 가지만, 그럼 제가 글을 쓰는 이유가 없었습니다.


아래 글은, 기고하려던 A4 반장 분량의 글을 새로 편집한 것입니다.


유튜브 뒷광고 논란

최근 논란이 된 '유튜브 뒷광고 논란'은 언론 기사에서 이야기하듯, MCN의 문제일까요, 유튜버 개인의 문제일까요, 광고주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미비한 법과 제도의 문제일까요?



저는 모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짬나는 시간에 구독하고 지켜보는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유튜버에게 논란이 생긴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닐까요?


어느 광고홍보학과생의 고백

2013년 여름, 부산의 한 학생은 광고업계의 큰 축제인 부산국제광고제에 갔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진로의 정점에 서있는, 이 학생에게는 영웅과도 같은 한 광고업계 전문가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뒤로 그 학생은 광고홍보학과생이 되었고, 광고 공모전에도 나가고 광고동아리에도 들어갔습니다. 또 2013년에 만났던 그 전문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서울에 가고, 그 사람의 책을 사서 읽고, 또 동기와 선배들을 데리고 다른 학교에서 진행하는 특강도 찾아갔습니다. 그 전문가를 보면 삶에 동기부여가 되었나 봅니다. 그리고 그 느낌을 주변에 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2016년, 그 광고전문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국가적 이슈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당시 군 복무 중이던 학생은 엄청난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습니다.(논란의 진실을 떠나, 그 전문가가 논란에 포함되었다는 그 자체로) 그 전문가를 믿고, 따르고, 주변에 추천했던 4년이 '가짜'가 됐다고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그 학생은 이후로 모든 사람과 세상을 잘 믿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2013년, 광고 전문가가 한 학생에게 써준 글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유튜버, 혹은 누군가

위 이야기의 학생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소소하게, 혹은 찐하게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던' 유튜버가 이번 논란에 휩싸였을 때, 논란의 진위여부를 떠나 큰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유튜버의 영상을 봤던 시간, 친구와 그 유튜버에 대해 이야기하던 시간, 그리고 그 유튜버의 추천을 통해 구매한 제품들을 창고나 쓰레기통에 깊숙이 넣어버리진 않았을까요.


'진짜 문제'

MCN, 유튜버, 광고주, 그리고 법과 제도, 모든 것에 문제가 있었을 겁니다.

보통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터지는 이유는, 한 개인의 문제이기보다는 곪을 대로 곪아버린 총체적인 문제인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보다 큰 문제는, 그 곪아가는 과정 때문에 어느 누군가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멈춰버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이 이런데 나 하나가 노력해봤자 뭐 어쩌겠어' 이런 식이지 않을까요)




- 사족 1

어떤 형태던 '팬이 있는 분들'에게 주제넘게 질문하자면,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는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돈을 셀 때였는지(솔직히 이때가 행복하긴 하죠..)

혹은, 나의 팬들과 함께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였는지.


- 사족 2

대장암 투병 중에도

누군가를 위해

본인의 임무를 다했던 와칸다의 국왕 채드윅 보스만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WAKANDAFOREVER

- 사족 3

기자님이 왜 고치려고 했는지 아시겠죠..?

기자님 죄송해요.

매거진의 이전글 '광고 같은 거' 만들기가 아니라 '문제 해결'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