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산문집

ㄱㅈㄱㄱㅅ 이야기

by Anndrew




<첫 기억>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다. 7살 때 일이다. 가족과 백화점에 갔다가, 잠시 서점에 갔다. 그때 나는 서점을 둘러보다 만화로된 세계사 책을 잡아들고 아버지께 사달라고 했다. 물론 아들의 지적호기심에 아버지는 흔쾌히 사주셨다. 늘 장난감만 사달라는 나의 다른 모습이 대견하고 또 이뻐보였을 것이다. 나 또한 나의 행동이 부모님께 환심을 샀다는 사실에 내심 기뻐하며, 앞으로도 책을 읽으면 환심을 사겠거니 생각했던것 같다.


난 그렇게 나의 첫 책을 3번 4번씩 읽었고, 따라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한니발과 칸나에 전투따위를 알게 됐다. 이후 다른 책들도 찾아 읽었다. 부모님도 책을 사는 거라면 흔쾌히 사주셨다. 그래서 난 큰 불편 없이 역사책을 늘 즐겨 읽을 수 있었다.


만화로된 세계사 시리즈와 고구려, 백제, 신라 시리즈, 그리고 고려와 조선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한국사와 세계사 시리즈를 모두 완독한 게 아마 초등학교 3학년 이전이었다. 그러니 나는 그 나이때 아이들보단 아는게 조금 더 많았고, 나는 친구들에게 조금 재수없을정도로 아는 체했을지도 모른다. 그때의 친구들에게 이제라도 심심한 용서를.




<역사책의 관점>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 읽은 역사책들의 내용은 제법 기억난다. [컴플렉스로 역사읽기]는 역삿속 인물들의 컴플렉스를 유의미하게 해석한 책이었다. 프로이트를 처음 알게 됐고, 우리 역삿속 인물들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여 왜 그런 행동을 이끌어냈는 지, 또 이로 인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등을 소상히 밝힌 책이었다. 어렸을 때도 부담없이 읽었고, 역사에 처음으로 나의 관점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처음 읽었던 책이라고 밝힌 [만화로보는 00사 00년] 시리즈도 사실 고구려사, 백제사, 신라사 세개로 삼국시대를 나누었는 데, 각각의 책을 읽다보면 같은 부분에 대한 내용이 그 나라의 입장에 따라 달리 묘사되고 있었다. 예컨대 '연개소문의 죽음'이라는 사건도 '고구려'편에서는 대단한 위기로 묘사되지만, '신라'편에서는 빅찬스로 이해되는 것이다. 역사책들은 그렇게, 읽는 사람과 만든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모든 역사의 사건들은 각자의 관점이 있고, 우리는 이것을 다양한 관점의 이해를 통해 사건을 보다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통찰력을 갖고 반성할 수 있다.'




<국사선생님의 눈물>


학창시절의 내가 좋아하는 과목에 국사나 역사, 또는 이를 포함하는 사회가 들어있으리라는 건 어렵지않은 추측이다. 난 다른 수업에서는 주의력 결핍이 심했지만, 국사수업에서는 한 수업, 한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 다행히 선생님들은 늘 내 마음에 드는 분들이었다.


고1때였다. 여자선생님이었는데, 선생님은 늘 수업분량이 끝나면 역사이야기를 덧붙여 하시곤 하셨다. 선생님은 그날도 수업분량이 일찍 끝나자, 자신의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이야기는 별볼일 없었다. 자신이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독립군의 후손이 반지하같은 정말 후미진 곳에서 입에 풀칠도 못하고, 근근히 연명하며 살고 있다는 내용. 그 이야기를 하면서 선생님의 눈가엔 눈물이 맺히셨다. 자신과 전혀 관련 없는 다른 사람 이야기에 선생님은 분노를 떨었고, 목소리가 흔들렸고, 눈물을 흘린거다.


그 때에, 그간 배워왔던 독립군의 이야기는, 책을 넘어서 나에게 대단히 유의미하게 다가왔다.




<본론>


나는 늘 정치가 어렵다. 정치는 요즘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잘 모르겠다. 한가지 사안에 대해, 처음에 불현듯 드는 생각이 있지만, 스스로 자문하며 갑론을박하다보면 결론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 어영부영 내 의사를 뚜렷이 가지지 못하는 내가 답답하고 짜증나서 생각을 멈추곤 했다.


하지만 ㄱㅈㄱㄱㅅ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하...이건 아닌데' 이라는 생각이 들고, 상대의 입장에서 옹호해보려 해도 당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선왕에 대한 그릇된 역사관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인건가? 아니면 미래의 학생들에게 통일되고 일체된 시각을 심어주기 위해서일까?


도무지 비뚤어지게만 해석되는 이유는, 내 어린시절의 역사에 대한 향수와 내가 쌓아온 가치관과 교육들이 맞닿아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순진한 적색분자일지도 모르는 거고.


소극적이고 소심한 나이지만, 그러니 내가 할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으로, 작은 저항의 돌맹이를 던진다. 두려운 일을 실행하는 마음가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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