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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drew Dec 24. 2020

드라마 '아는 와이프' 리뷰

우리는 왜 늘 떨어지고 나서야 알게되는 걸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잘 모릅니다. 경험에 의존하여 대강 이 정도를 자신의 한계선으로 그어놓고는 하지요.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진심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지 파악할 여유조차 없이, 적당히 현실에 타협하곤 합니다. '내가 줄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걸까요? 나의 사랑의 용량은 정말 지금이 최선일까요? 우리는 사랑이란 열차를 살면서 몇 번이나 떠나보낸걸까요?


타임슬립물은 로맨틱 코메디와 잘 어울립니다. 아는 와이프는 타임슬립물입니다. '아침에 눈을 떴더니 와이프가 내 과거의 첫 사랑으로 바뀐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풀어갑니다. 나는 상대에게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는 그러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에, 이 현실이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간직하고 있잖아요. 이 작은 공감대에서 드라마는 시작합니다.





은행원 차주혁 대리는 버스에서 치한을 물리치고 여고생 서우진을 구합니다. 서우진은 주혁에게 반하고 둘은 주혁의 졸업과 동시에 결혼하게 됩니다. 하지만 주혁은 결혼한 현재가 너무나 힘듭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지만 우진은 자신을 너무나도 못살게 굽니다. 주혁이 용돈으로 몰래 구매한 최신 Play Station을 우진이 발견하고 분노하여 물에 담궈버리자 주혁은 집을 뛰쳐나가버립니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만난 한 노숙자에 의해 시간을 돌리는데 성공하였고, 주혁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이 짝사랑한 혜원을 만나고, 눈을 감고 일어나니 혜원이 와이프로 변해 있습니다. 와이프가 우진에서 혜원으로 바뀌어 버린 거지요. 대기업 회장의 딸, 우진과 달리 아량이 넘치는 아내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여러가지로 변해 있었습니다. 주혁의 친구 종후는 싱글로 변해 있었고, 동생 주은은 친구 상식과 결혼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우진이 은행원으로 변신하여 주혁의 은행점에 발령받게 됩니다. 우진은 시간 여행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주혁에게 강하게 끌립니다. 주혁은 우진을 밀어내려고 애씁니다. 하지만 우진이 위기에 있을 때마다 달려가 구해줍니다.


우진은 종후와 연애를 합니다. 주혁이 계속 우진의 인생에 개입하여 현재의 상황은 엉망진창으로 변하고 맙니다. 결국, 주혁은 우진에게 모두 털어놓습니다. 그리고 우진의 인생을 망치는 게 자신이라 생각하여 과거로 다시 돌아갑니다. 과거로 돌아가 우진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죠.


하지만 우진은 둘 사이가 운명으로 이어졌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든 안좋게 다가오는 것들은 둘이서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혁의 뒤를 쫒아가 같이 과거로 돌아가고, 세번째 현실로 다시 되돌아오게 됩니다. 주혁은 계속 우진을 밀어내지만, 우진의 노력 끝에 둘은 결국 이어집니다. 운명보다 강한건 오직 사랑뿐일까요? 드라마는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립니다.




두번의 타임슬립과 3번의 현재에서 주혁과 우진을 둘러싼 주변 관계의 변화가 흥미롭습니다. 아마 두 사람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떻게 상대방을 대하느냐에 따라 상대의 태도 역시 달라집니다. 우진을 시기하였던 여직원들, 주혁을 못살게 굴던 상사들은 시간을 되돌아올 수록 두 사람에게 잘해줍니다. 그리고 두 사람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드라마에 아쉬운 부분은 주혁이 두번째로 돌아갈 때 우진을 떠나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동안 우진을 힘들게 했으니 내가 우진을 떠나야 우진이 행복해진다는 논리는 선뜻 와닿지 않았습니다.


마치 사주팔자에 자신 때문에 우진이 어떻게 재회하든 괴롭게 될것이라는 인상을 주는데, 지나치게 고전적인 운명관입니다. 그러니 우진의 용기 있는 대쉬가 다소 퇴색됐습니다. 좀 더 납득할만한 배경이 설명됐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사실 드라마를 보는 이들에게 주혁의 친구 종후는 대단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종후는 다정하고 착하며 센스 있습니다. 물론 주혁에겐 남성미 넘치는 매력이 있긴 하지만요.  저도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차라리 주혁말고 종후와 결혼했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우진은 주혁을 운명으로 느낍니다. 우진은 주혁을 보면 가슴이 저립니다.우진은 마음이 애틋하게 여기는 운명을 쫒아 결국 주혁에게 달려갑니다. 운명을 가로막는 세상 모든 것과 맞서 싸웁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더 좋은 남편과 아내가 되어 평생의 동반자가 됩니다. 우리에겐 다 자기 짝이 있는 걸까요? 그러니 마음이 시키는대로 따라가야 할까요?



운명은 어디까지를 운명으로 볼 수 있을까?


서우진이란 캐릭터가 매력 넘칩니다. 유머러스하고 쾌활합니다. 일도 잘합니다. 당당합니다. 2번째 타임 슬립 후에 우진을 피하는 주혁에게 우진은 말합니다. 이번에는 내가 당신의 인생을 구제하겠노라고.


주혁과 달리 우진은 단 하나의 운명만 믿습니다. 주혁과 자신이 어떠한 끈으로 연결되어있다고 말이지요. 이 낭만이 매력적입니다.


인생이란 깨진 유리 조각 위를 걸어가는 것과 같다고들 합니다. 10번 도전해도 안될 때가 있습니다. 보통 이 때쯤 운명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펼쳐가는 것 같습니다. 주혁의 주변 사람들이 모두 불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자 주혁이 마침내 낙담한 것처럼요.


 그렇지만 드라마는 말합니다. 그것은 다 독립시행이라고. 때로 우리는 10번 연속으로 동전의 뒷면만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동전의 튕김은 짜여진 각본이 아닙니다. 11번째에는 행운의 앞면이 나올수 있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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