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산문집

공원을 걸으며

by Anndrew


-11월, 업무로 중소기업 박람회에 다녀오며



사람이 많은 건 피곤하다.

머릿속 생각들로도 이미 충분히 피곤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여기 더 있는 건 해로운 것 같다.


박람회는 분주했다.

그들이 매고있는 명찰은 그들을 규정한다.

기업인, 바이어, 구매자.

이들은 탐심과 물욕에 이끌려 방향을 정한다.

그래도 갈길 명확하지 않은 나보다 낫겠지.




집으로 걷는 길,

그 길에 내면의 생각과 근심은 적나라해 고개를 드러냈다.

진로에 대한 걱정, 인정받고 싶은 욕구, 경제적인 고민은 그렇게 마음을 짓눌렀다.


이렇게 이따금 머리가 복잡해지면 생각을 끄집어내고 싶다.

그러나 나의 뇌는 너무나 연약하기에 그것이 쉽지 않아, 어디 도구라도 이용해 기억할 것들을 기억하고. 잊어야 할 것들은 지우고.




그대로 내키는 데로, 호수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공원의 거리에는 낙엽이 곧 다할 것 마냥 다닥다닥 샛붉게 물들어있었다.

가을인지조차 잘 못 느꼈었는데. 이건 제법 괜찮았다.

그렇게 내키는 데로 걸었다.


뭐라도 건질까 사진도 찍어보고, 의자에 앉아있어도 보고.

호수를 따라 걸을무렵,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하늘에 노을 걸린 모습은 늘 그렇듯 장관이다.




그렇게 노을만 한참을 바라봤다. 그제야 눈치챘다.

내 마음속 본심은 여기서조차 무언가를 얻고 가져야 한다는 탐심에 묶여있었던 것.

생각이 많아 공원에 왔으면서 이곳에서 어떤 것을 취해가야 한다는 생각이 반의식 중에 있었다.


글을 읽어도, 무언가를 얻어가야 한다는 강박관념.

여가를 보내더라도, 생산적으로 시간을 가꿔야 한다는 부담감.

돈과 스펙은 불안정한 미래를 위해, 될 수 있는 대로 쌓아두어야 한다는 욕심.


내 일상의 근심에는 이유가 있었고

나는 스스로 허망한 슬픔을 쌓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별거 없는 감정과 생각들을 다 붙잡고

그것들을 잃지 않기 위해 고집 부리던 아니었을까.

또 여기에 조금이라도 더 무언가를 쌓으려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천천히 공원을 빠져나왔다.

이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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