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산문집

Run!

나는 무엇에 도망쳐야 하는가

by Anndrew



'신은 원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걸 주셔'

[Beyond the Hills, 2012]




탈무드에는 절제에 관한 우화하나 있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운항 중인 한 배가 있다. 기나긴 항해로 배의 승객들은 점점 지쳐갔고, 때마침 어느 섬을 발견했다. 배는 잠시 시간을 갖고 섬에 정박하기로 했고, 승객들은 자연스레 다섯 무리로 나뉘었다.


첫째 무리는 지레 겁을 먹어 섬에 들어가지 않았다.


둘째 무리는 섬에서 좋은 과일을 먹고 원기를 충전한 이후, 적시에 배에 돌아왔다.


셋째 무리는 섬에 들어가 휴식을 맛보다 크게 늦을뻔했다. 그리고 늦은 바람에 배의 좋은 자리를 다 빼앗기게 된다.


넷째 무리는 지나치게 섬에서 즐기던 나머지, 아슬아슬하게 배에 돌아온다. 그러나 급하게 온 나머지, 그들은 여기저기 다치고 찢어진다. 상처는 여정이 다 가도록 아물지 않았다.


다섯째 무리는 섬의 쾌락에 빠져 돌아오는 것을 완전히 잊는다.

그들은 그렇게 섬에 남았고, 얼마 지나지 않 맹수들 혹은 병에 들어 죽는다.



이야기는 인생과 천국에 대한 비유이다. 그리고 절제를 통해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인생관을 제시한다.

탈무드는 우리 인생은 배의 여정과 같고, 두 번째 무리를 그 모델로 정해야 한다고 논한다.




'하지만 그건 그렇게 쉽지 않아!'

섬에 들어간 네 무리 중 어느 무리가 '배에 돌아와야 한다'는 전제를 인지하지 못하겠는가. 그러나 넷 중 세 무리가 그 사단을 친다. 마지막 무리는 배에 끝내 돌아오지조차 못했다.


내 생각엔 더 좋은 선택지는 첫 번째 무리이다. 나를 과신할 때 인간은 쉽게 선을 내 앞에 그어두고, 정작 그것을 못 지키지 않던가. 과신한 나머지 3,4,5번 무리는 크게 데고 만다.


삶 속에서 우린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리고 늘 그 굴레에 빠져나오지 못한다. 일상에는 술이 옭아매고 담배가 괴롭힌다. 다이어트를 하다가도 눈 앞의 음식에 쉽게 자제력을 잃곤 한다. 그 뒤에는 중독의 메커니즘이 단단하게 들어서 있다.


우리는 탐심과 욕망을 우습게 본다. 그래서 감히 '자제력 있는 나'를 마음에 그려놓곤 한다.


하지만 실재의 나는 편리하고 안락한 환경에 지독히 무기력다.


돌이켜보면, 나의 좋았던 추억과 기억들은 통제가 있는 시간들이었다. 수능을 위해 공부하는 2년의 시간들이 좋았고, 군대에 있는 시간을 여전히 가치 있게 여긴다. 이 시간들은 세상에 관해 절제가 아닌, 분리된 시간이었다.


아마 그 시간들이 가치 있는 것은 해로운 것에 분리되어, 삶의 중요한 가치에 몰입할 수 있어서일 거다. 이 시간들엔 정이 있었고 사람이 있으며, 노력과 인내심이 있었다. 내면과 감정의 구석구석까지 맛볼 수 있었다. 따라서 분리된 환경이 가져다주는 어려움과 불안, 시간의 정지 속에서도, 난 이 시간들을 가치 있게 여길 수 있었다.


또한 일반적인 탐심을 자극하는 환경들은 우리가 서로를 무관심하도록 하게 하며, 사랑을 잊게 하고, 또한 공동체 사회를 이루는 데 대단히 해롭다. 그 환경 속에서 시류에 말리듯 우리는 점점 개인적이고 스스로의 거울만을 들여다본다. 물론 슬픈 일이다.


요즘 세상엔 정말이지 해로운 것들이 많고, 탐심은 수시로 나를 지배한다. 그러니 탐심과 분리된 환경은 대개 이롭다. 탐심, 그 반대급부엔 클래식하고 고양된 가치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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