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스름한 하늘 아래에 좌우로 주홍 가로등이 길게 늘어져 있다. 전철을 내리면 집까지 7분여 남짓. 길에는 한두 명쯤 서성이고, 이 길은 때에 따라 대단히 고혹스러운 공간.
시각은 일정하지 않지만 누구나 그렇듯 늘 밤길을 걷는다. 하루의 끝을 향해 걷는 길, 집으로 들어가며 하루는 안녕을 준비하고, 그날 있었던 일들은 걸음 속에서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간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고찰들은 사고 회로 속을 빠르게 움직이고, 집에 다가가며 오늘이 끝을 향함을 마음속으로 직감한다. 물론 에둘러 표현하지는 않는다.
아침이 시작되고 일터에 도착하면 생각의 회전 속도는 급등한다.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밀려오며, 잠깐의 여유를 취할 틈새란 없다.
기나긴 하루 동안 다양한 사건들에 휘말리고, 웃는 횟수 만큼 속상한 일들 역시 자주 있다. 그리고 애써 털어낼 틈도 없이 집으로 향한다.
그런 하루를 보내고 걷는 밤 길은, 달빛을 받아 달콤하다. 그 익숙하지만 세상과 분리된 공간으로 걸으며, 감정들은 씻겨나가고 마음은 위안받는다.
마음의 회전수도 차츰 가라앉는다. 즐거운 기억들은 오래토록 영원하고, 매일의 상처는 슬픔을 통해 꾸준히 씻겨나간다.
세상엔 많은 것들이 감춰져 있다. 그러니 눈에 보이지 않는 건 단지 감춰져 있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