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산문집

슬픔의 역할

by Anndrew


우리는 감히 마음을 통제하려들곤 한다.

그러나 때로는, 느끼는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경기도청에서 인턴을 한지 1달쯤 되었을까. 11월이 되니, 5급 사무관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나 같은 인턴들처럼, 그들도 똑같은 노란 명찰들을 차고 있다. 점심을 먹으며 주무관님들 이야기를 가만히 듣는데, 24살도 있다 하였다. 나랑 동갑이란 생각이 들자 마음속이 까맣게 변했다.


집에 들어가는 길, 아까 사무실에서 봤던 사무관 남녀 한 쌍이 다시 눈에 밟힌다. 일전에는 내가 세상을 잘 몰랐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것들이 눈에 하나씩 밟히곤 한다. 물론 기분이 불편하고 움츠러든다.

왜인지, 그들과 우리 사이엔 큰 벽이 있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 각자에겐 계급이 있고 자리가 정해져 있는 것만 같았다. 군대에서 끝인 줄 알았는 데, 사회는 군대의 연장이었다.


전에는 몰랐던 세상이 이렇게 눈 앞에 펼쳐질 때마다 울고 싶은 기분이다.

내가 현실과 아웅다웅하는 게, 한없이 초라하게 여겨진다.


전철에 올라타, 앉아 갈 수 있음에 고마운 줄도 모르고 그대로 잠에 들었다. 고된 일 하나 없던 오늘인데.

그냥 그렇게 단지 슬픔과 비탄에 젖고 싶었다.


그렇게 몇 분인가 잠에 들었을까. 일어나니 마음이 많이 진정됐다. 작은 슬픔들은 때로는 우울하고 무가치하게 여겨지지만, 슬픔을 통해 때로는 침착함과 냉정함을 되찾는다.


나는 그렇게 사유를 마치고 문 밖으로 걸어나갔다.






"울음은 인생의 문제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진정하도록 도와줘."

- Sadness, 영화 Insid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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