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산문집

김치찌개 단상

구색 차려진 사람이 되고 싶다

by Anndrew

끼니를 정할 때에는 중복을 조심하려 한다. 그것은 불문율이다.


가령 점심에 국밥을 먹었다면 저녁엔 국물 없는 요리가 구미를 당긴다. 누구나 한번 맛본 것을 꺼리기 마련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곤 한다. 일전에 먹은 음식은 그렇게 금세 잊힌다.


질리는 음식의 숙명이다.




우리 집 아침 상은 늘 김치찌개다. 매일 반복된 것이 햇수로 10년이 넘어간다.


김치찌개는 늘 구색을 갖춘다. 고기와 야채가 항상 들어간다. 고기가 없을 때에는 햄을, 그마저도 없으면 참치를. 그리고 두부와 여하의 야채들과 함께 다양한 맛을 선보인다. 그렇기에 아침상에 늘 등장하였고, 언제고 먹어도 크게 질리지 않는다. 이리 구색이 차려져 있기 때문이리라.


김치찌개는 무난하고 단정한 맛을 내며, 과하거나 부족한 일이 없다. 지나치게 맵지 않으며, 밍숭 하지도 않는다. 달지도 쓰지도 않는다. 지나치게 배부를 일도, 상을 물리고 허전할 일도 없다. 밥 한 공기와 찌개 몇 술이면 아침상은 이로써 온전하다.



오늘, 아침 상을 들며 잡념이 들었다.


하물며 한낱 찌개도 이리 구색을 차리기에 쉬이 질리지 않는데, 나는 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여 새로워야만 할 것만 같은 생각에 들지는 않던가. 그렇기에, 있지도 않던 내 모습을 쥐어 짜내려 한다. 때로는 과하고 지나치게 노력한다. 먹는 이로 하여금 부담스럽고 금세 질리게 할 따름이다.


찌개는 단지 구색을 차릴 뿐, 특별히 더 잘 요리하거나 더 맛을 낼 필요는 없다. 나도 매일 일어나면 그런 아침을 원할 뿐이다. 구색이 차려지고 단정한 맛을 낸다면, 이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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