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란 무엇인가
종강할 시점이 다가온다. 왜인지 함군이 생각난다. 그에 대해 두서없이 적어 내리고자 한다.
예체능계열에 속했던 대학교 전공. 12년 3월만 하더라도, 우리과는 체육과에 통제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한 학번 위엔 함군이 있었다.
개강 총회 때 함군을 만났다. 회식장소로 내려가는데 그가 내 옆에 나란히 가며 먼저 말을 걸었다. 나는 선배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했고, 그는 우리 과에 관해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했다.
그때의 그는 다소 마르고 유약해 보이며, 날카로운 인상이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을 꺼낼 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단 느낌이었다.
문제에 대해 비판 의식 없이 침묵하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이뤄진 학습이었다. 그리고 함군은 별종이었다.
대학에 가고 군대에 가면 대개 좋은 게 좋은 거란 반응이며, 별다른 삶의 철학을 가진 사람은 만나보기 어렵다. 하지만 함군은 달랐다. 그는 삶에 확신이 있었고, 강한 소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그런 남자였다.
함군이 과대표일 때 그는 과점퍼에 '스포츠 인듀스트리'란 글자를 적어 넣는 것을 두고 한 학기 동안 씨름했다. 체육학과에서는 그러한 행위를 안 좋게 보았기 때문이다. 신생 전공이고 늘 함께 가는 분위기였기에 우리의 외도는 곧 자신들에 대한 반란으로 생각하였다. 그는 선배들에게 불려 가기 시작했다.
무언가와 싸우고자 하는 것은 대단히 피곤한 일이지만, 동시에 대단한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표면상으로는 참 별거 아닌 문제였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싸워갔다. 그 주변엔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있었고, 그는 생각을 결국 행동으로 이뤄냈다.
강한 반발이 있었지만, 우리의 전공을 지켜내고 우리의 것을 독립해내야 한다는 의지의 관철이었다. 개설된지 네 학번만의 일. 지난 4년 동안 침묵하고 있던 일, 그러나 그는 행동했고 오류를 시정해냈다.
그에겐 결핍이 느껴졌으나 못지않은 당당함이 어우러져 있었다.
함군과 차 마실 일이 있었다. 함군은 자신의 꿈은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다니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그런 낯 부끄러운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함군은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 학기 동안 사랑하기. 그는 자신의 일상을 내려놓고 선배, 후배, 동기들을 만나가며 자신이 주말 간 번 돈으로 밥을 사고 온정을 베푸려 노력했다.
그 학기가 끝날 즈음이었을까.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역시 별종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함군이 싫지 않았다.
함군은 대단히 영리하고 글재주가 있었다. 함군은 방황 또한 많이 했다. 그를 미워하는 사람 역시 많았다.
그는 자신의 철학에 신념이 강했기에 자주 언쟁이 붙었다. 그래서 과 내에 정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를 돕고 지지하는 이 역시 많았기에 그는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관철시킬 수 있었다.
나는 짧게나마 그를 지켜봤으며, 동 나이대에게 처음으로 동경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는 참 대학생이었고, 요즘 보기 드문 소신 있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