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April, May
봄은 달콤쌉싸름해서 박하사탕을 물고 있는 기분이었다.
달아서 입에 오물거리고 있으면 순식간에 녹아버린다. 그 뒷맛은 씁쓸하다.
만물은 봄을 위해 인내한다.
겨울은 기나길었다. 이 긴 겨울도 언젠가는 끝나겠지란 생각이 채 사라지기도 전, 알아채지도 못한 사이에 봄바람이 불었다.
살갑게 닿던 봄은 얼마 음미하지도 못한 채, 어느새 그 끝자락에 닿았다.
겨울에서 시작된 설렘이 함께하기에 내 마음이 안녕하다. 이 설렘은 마음을 달게 한다.
봄은 봄만의 분위기를 자아내며, 생명과 그 우아한 모든 자연을 연출해낸다. 4월 봄의 자태는 우아하다. 완벽한 이상형이다.
봄은 달콤하다. 봄에는 사랑을 노래하고 새로운 이와의 인연을 청춘의 업으로 여긴다.
벚꽃나무에 기대서서 그윽하게 이성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그 눈동자 속이 아득하다.
봄이 깊어질수록 그 맛은 쓰다.
수많은 역사의 위업들은 봄에 탄생했다. 한 인간에게도 매 봄은 역사적 순간이어야만 할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늘어지는 날씨에 낮잠으로 시간만 축내기 일쑤다. 4월이 낭만이었다면 5월은 권태롭기만 하다.
나는 사색한다. 커피 한 잔 들고 길을 걷다 상념에 빠진다. 과거에 발을 적신다. 마음이 가라앉는다.
만물이 시작되지만, 나의 자아의 신화는 정체되어있음에 탄식한다.
발에는 새싹들이 밟히고 꽃씨들이 흩날린다. 그러나 나는 어떤 것도 해내고 있지 못하다.
봄의 뒷끝은 쓴맛이 난다. 그리고 나는 봄을 사랑할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여름의 열기에 봄은 다 녹아버렸다.
나는 입속에서 박하사탕을 음미하려 애쓰지만 점점 그 맛은 희미해진다. 해가 갈수록 봄은 짧아지고, 봄을 맛보기 어려워 '있을 때 잘할걸'이란 마음만이 든다.
올 봄도 이렇게 떠나간다. 다시 1년뒤에야 찾아올 내 봄날을 다시금 기대하며 봄옷도, 봄에 대한 마음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