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나의 분신이야
k선배는 풍채가 당당하고 호리하였다. 꼿꼿히 세운 허리에 널찍한 통의 옷 매무새가 영락없는 조선 선비 느낌이었다.
진중한 표정으로 가끔씩 아재 개그를 하는 다섯 학번 위 선배. 나는 그가 마음에 들었다. 그는 꼰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 또한 나를 제법 마음에 들어했다. 평소 빈 신문사에서 같이 스타하고 가끔 밥도 사주며 참 잘챙겨주었다.
강한 경상도 사투리를 가끔씩 섞어가며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나가는 그를 보노라면, 몇 안되는 진짜 대학선배 같았다. 그렇게 전형적이기도 쉽지않았으리라.
그는 4학년을 졸업하고 언론고시를 준비해 기자가 되고자 하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학기가 끝나갈 때였다. 밤이 깊어가는 시험기간에 나는 그와 빈 신문사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새벽이라 한창 집중이 흐트러질 무렵,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질문을 던졌다.
"ㅇㅇ아, 지금까지 써본 기사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게 어떤거였니?"
술 한 잔 걸친듯한 그의 진지한 태도의 질문에, 나는 머뭇거리며 잠시 고민하다, 그래도 마음에 들었던 기사 하나를 보여주었다.
그는 나의 글을 담담히 읽더니 이번엔 자신이 쓴 기사를 들려주었다.
그의 인생 기사는, 그가 동료들과 학교를 모두 돌아다니며 불이 나오지 않는 가로등을 찾아다니며 취재한 끝에, 기사를 통해 실제적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살짝 흥분한 억양과 함께, 그가 덧붙인 이야기는 내가 평생 잊지 못할 말이었다.
"기사는 나의 분신이야. 늘 진지한 태도로 기사에 임해야해."
불현듯 죽음이 떠올랐다. 그의 기사에 대한 태도는 죽음만큼 비장함을 담은 것 같았다.
무언가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이전까지 어떤 내가 하고있는 일을 나 자신처럼 소중히 여겨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진지하게 대해본 일 또한 없었다.
그 해 여름, 신문사에서 나온 이후에도 k선배의 조언은 잊지 못했다. 그의 사뭇 진지한 태도 또한 물론이었다.
비록 언론계에 대한 마음은 이제 없지만, 앞으로 쓸 글들의 속성은 기사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글 하나를 쓸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 글은 나의 분신으로서 남에게 내놓을 가치가 있는가. 나는 충분히 글에 대해 진지한 마음을 가졌는가.'
그럴 때마다 매번, 설익은 나의 글에 부끄러움을 느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