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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낙비

두고 온 것에 대한 단상

휴가 복귀한 어느 봄날

by Anndrew



2015년 4월, 상병 4호봉.




금세 내 손은 주머니에 들어가 있어야할 핸드폰을 찾는다. 그러나 그것은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다. 얼마전만 해도 쉽게 주변 사람들과 연락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통제의 벽이 사방을 둘러치고 있다.



휴가 다녀오면 늘 그렇듯, 두고 온 것에 대한 생각을 한다. 매번 많이 못 보는 가족들, 어젯 밤을 함께 지새운 친구들, 그리고 형 누나 동생들, 맛있게 먹었던 사회 음식과 심지어는 잔소리와 놀림까지도. 모두 그립다.



그러나 내가 두고 온 것들, 사랑하는 것들, 길들여진 것들은 울타리 너머에만 존재하는 전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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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먹으며 거닐고 싶을 때면. 공원의자에 다리 꼬고 싶을 때면. 하염없이 벚꽃 지는 것만 바라보고 싶을 때면. 그냥 우두커니 바람 쐬고 싶을 때면.


나도 때로는 자전거 타고 한 바퀴 돌고 싶고, 때로는 큰 소리로 볼륨을 높여 음악 듣고 싶고, 때로는 방에 혼자만 자유로이 누워있고 싶다.



디지털 세계에 있을 때는 몰랐던 그간의 소중한 순간들에 대해 잠시 묵념.



그 뿐일까. 좀 더 잘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 순간을 더 누리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 더 솔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마음을 진하게 두른다. 하나하나 놓고 보면 정말 별것 아니지만, 소중함의 총량은 거대하다. 그래서 내 손에 없을 때에 비로소 깨닫는다. 삶의 가장 작은 것들로 여겨지는 것들이 모여서 어떤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지 새삼 느낀다.



그래서 지금 내 기분은 쩜쩜쩜.


두고온 것일수록 향수가 더 짙고 강하다. 두고오면 무어랄까, 빼앗긴 기분이 든다.


쌉싸름한 봄날이다. 감성에 마음을 맡기고 싶다. 향수에 절어 현재의 것을 잃어버릴까 두렵기도 하지만, 오늘 하루, 이 밤은 그냥 이대로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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