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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drew Sep 24. 2015

두고 온 것에 대한 단상

휴가 복귀한 어느 봄날



2015년 4월, 상병 4호봉.




 금세 내 손은 주머니에 들어가 있어야할 핸드폰을 찾는다. 그러나 그것은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다. 얼마전만 해도 쉽게 주변 사람들과 연락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통제의 벽이 사방을 둘러치고 있다.



 휴가 다녀오면 늘 그렇듯, 두고 온 것에 대한 생각을 한다. 매번 많이 못 보는 가족들, 어젯 밤을 함께 지새운 친구들, 그리고 형 누나 동생들, 맛있게 먹었던 사회 음식과 심지어는 잔소리와 놀림까지도. 모두 그립다.



 그러나 내가 두고 온 것들, 사랑하는 것들, 길들여진 것들은 울타리 너머에만 존재하는 전유물이다.



 아이스크림 먹으며 거닐고 싶을 때면. 공원의자에 다리 꼬고 싶을 때면. 하염없이 벚꽃 지는 것만 바라보고 싶을 때면. 그냥 우두커니 바람 쐬고 싶을 때면. 


나도 때로는 자전거 타고 한 바퀴 돌고 싶고, 때로는 큰 소리로 볼륨을 높여 음악 듣고 싶고, 때로는 방에 혼자만 자유로이 누워있고 싶다.



디지털 세계에 있을 때는 몰랐던 그간의 소중한 순간들에 대해 잠시 묵념.



 그 뿐일까. 좀 더 잘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 순간을 더 누리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 더 솔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마음을 진하게 두른다. 하나하나 놓고 보면 정말 별것 아니지만, 소중함의 총량은 거대하다. 그래서 내 손에 없을 때에 비로소 깨닫는다. 삶의 가장 작은 것들로 여겨지는 것들이 모여서 어떤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지 새삼 느낀다.



 그래서 지금 내 기분은 쩜쩜쩜.


 두고온 것일수록 향수가 더 짙고 강하다. 두고오면 무어랄까, 빼앗긴 기분이 든다.


 쌉싸름한 봄날이다. 감성에 마음을 맡기고 싶다. 향수에 절어 현재의 것을 잃어버릴까 두렵기도 하지만, 오늘 하루, 이 밤은 그냥 이대로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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