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가는 스포츠 팬을 두고서, 여름의 그 남자와 겨울의 그 남자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 이해하기 힘들다고 하였다. 9개월의 장정이 끝나면 축구팬들도 조금은 쉬어야 사람 구실을 한다. 연인과의 데이트들과, 미뤄두었던 일들을 정리할 시간이 조금은 필요하다. 축구를 보지 않는다는건 슬픈 일이지만, 그 휴식 시간이 있어 또한 축구를 더욱 기대감 갖고 즐길 수 있다. 어쨌든 3달 뒤에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깐.
허나, 이 맘 때쯤이면, 어느 선수들과는 영원한 이별을 고해야만 할 때도 있다. 사람은 결국 나이에 맞는 자리가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운동선수는 잔디를 떠날 시간이 온다. 그리고 그건 그와 공유했던 지난 기억을 영원히 마음 한켠에 묻어두어야 함을 의미한다.
꺼내볼 수는 있으나 손에 닿지는 않는다. 마치 다시는 볼 수 없을 사람의 사진을 만지작거리는 기분이다.
처음 토티를 알게 된건 2002년이었다. 그는 코가 큰 얄밉고 멍청한 이탈리아 축구선수였다. 우리의 4강진출의 기쁨으로 그를 유심히 보지 못했다. 그러나 4년 뒤, 월드컵을 보며, 이탈리아 축구의 예술성에 단단히 매료됐다. 그들은 우아했고, 토티는 예술적이었다. 부상을 달고 뛰어 가장 돋보이지는 않았으나, 한 선수로서의 존재감은 거대했다. 난 그뒤로 세리에A와 이탈리아 축구를 쫒아다니게 되었다. 축구가 있다는 사실로 이탈리아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환상은 잉글랜드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게 됐다.
토티는 신의가 있는 선수였다. 선수가 팀을 옮겨, 더 큰 돈과 명성을 좇는 것이 현대축구에서 당연시 되는데, 그는 레알 마드리드란 당대 최고의 명예를 거절했다. 그 이유란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도시 로마와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 92년 1군에 데뷔한 이후, 단 한번도 로마를 떠나지 않았다. 그의 실력과 어울리지 않는 구단이란 조롱속에서도 그는 신의를 끝까지 지켰다.
이탈리아 축구가 오랜 영광을 뒤로 하고, 세계축구에서 변방으로 점차 밀려나도, 토티는 늘 한결같았다. 토티가 있는 동안 로마는 9번의 준우승을 했지만, 그렇기에 단 1번의 우승이 토티와 팬들에게 그리 소중했다.
토티는 기억될까. 지네딘 지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같은 전설적인 선수에 비해 대중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 대한 기억이 옅어질 것이다. 그러나 토티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꽤나 오래 가슴앓이 할 것 같다. 그는 그런 선수였다.
로마에 대해 물어본다면, 누군가 콜로세움을 이야기 할 때, 나는 토티를 떠올릴 것이다. 건물은 녹이 슬지만 축구의 예술과 가치, 그리고 감동은 변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