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과 1번길 걷기
이부자리를 개고 게스트하우스 1층으로 내려와 간소히 아침을 들었다. 성게 미역국과 밥 한 그릇. 그리고 가방을 다시 꾸려 성산일출봉으로 발을 내딛었다.
8시즈음이라 사람없이 한산했다. 겨울 아침 바람은 금새 숨을 차게 하였다. 성산은 그 이름답게 낯을 가리는 것일까. 중턱쯤 오르니 한라산과 우도 그리고 마라도를 감싸는 제주 전역이 한 눈에 보였다.
왜 사람들이 아름다운 곳에 살고 싶어하는 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속물 근성으로 사회의 단내에 젖어있었던 마음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한 눈으로 보이는 제주 일대의 광경을 잠시 앉아 감상.
보고 있으면 마음의 테엽은 옛날로 계속하여 되감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은 그런 겨울의 제주 풍경이었다.
성산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은 구름을 둘러싸 고고하였다. '산이 그곳에 있기에 등정한다'는 말이 와닿았다. 오래토록 바라보기에는 일출봉 정상이 더 기다려지기에 걸음을 재촉해 정상에 올라갔다.
정상은 정상대로의 새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커다란 분화구와 너른 바다. 난 무언가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장엄한 자연의 자태 앞에서 영혼은 겸손히 고개를 숙였다.
일출봉을 내려와 올레 1번길을 걸었다. 해안을 따라, 성산항에서 출발하여 올레길 표지를 따라 걸었다. 바다를 보며, 바닷바람을 맞으며, 짠내를 맡으며. 감각에 의존해 지친 맘을 내려놓고 또다시 뚜벅이를 자처했다.
바닷길이 지루해질 때까지 걸었다. 용캐 마음은 순순히 허락했다. 마음이 바라는 걸 하고 있어 좋았다. 그 길에는 햇살과 말린 오징어와 거센 바람만 있었다. 고요하고 따뜻했다. 점심 때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