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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흔들리는 날

by 윤지아

요가원에서의 수련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눈을 감고 외부에 시야를 차단하면 내면의 눈이 떠진다. 외부의 눈을 감으면 내면의 시야가 트인다.

내 몸에게 묻는다. 오늘은 어떤지 오늘 나의 상태 내 기분 나의 컨디션은 어떤지.


오늘따라 몸이 무겁고 마음도 산만했다.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그런지 속이 소란스러웠다.

요가를 하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아침부터 첫 수업을 들으러 요가원으로 향했다.

어떤 자세를 해도 유난히 흔들렸다.

도통 중심 잡기가 어려워 답답했는데 평소 잘 흔들려했던 자세를 하니 오히려 편했다.

'맞아 이 동작은 내가 원래 흔들려하던 자세이고 오늘도 흔들리는 것뿐이야.'

그날 이후 흔들릴 때에는 유난히 흔들리던 자세를 한다.

나는 왜 중심을 못 잡을까 오늘따라 유난히 더 흔들릴까 자책할 필요가 없다. 원래부터 흔들리던 자세일 뿐이니까.

사람마다 중심도 다르고 흔들리는 시기, 흔들림의 정도 모두 다르다.

평소보다 더 많이 흔들리는 날, 흔들리는 나를 단단히 잡아주는 힘도 필요하지만

충분히 흔들려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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