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이 참 슬펐다.
현재에서 살아갈 힘을 얻어야지, 왜 과거를 떠올리며 살아가는 힘을 얻어야 할까?
그래서 나는 추억을 먹고살지 말자고 다짐했다.
과거는 흘러간 대로 놔두고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며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들어 부쩍 나 또한 추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졌다.
1. 결혼하고 함께 살 집의 인테리어를 할 때 남편에게 욕조는 꼭 넣자고 했다.
어렸을 적 엄마가 나를 욕조에 앉힌 채 목욕하며 거품 장난을 치던 추억이 너무 소중해서, 나도 내 아이에게 같은 기억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2. 해외여행지를 고를 때에도 느꼈다.
관광지에 가면 사진을 많이 찍기 때문에 난 내가 관광할 수 있는 여행지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다시 가고 싶은 곳을 떠올려보면 온통 휴양지였다. 첫 스노클링을 했던 때를 떠올리면 내가 물놀이를 이렇게 좋아했구나 싶을 정도로 행복해했다. 사진이 많이 없었던 건 눈에 담기 바빴기 때문이고, sns중독인 내가 핸드폰을 놔두고 온전히 수영을 즐길 만큼 물놀이에 진심이었던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스노클링을 원 없이 할 수 있는 휴양지 위주로 떠났던 것 같다.
3. 엄마는 내게 딸이랑 단둘이 스페인여행 간 게 친구들 사이에서 자랑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뿌듯함 대신 민망함을 느꼈다.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자랑이라고 하는 건지.
우리가 지나온 날들 중에서 단둘이 여행한 거라곤 고작 열흘뿐인데.
누군가 그랬지. 사람들은 1년 중 고작 10여 일 남짓 만개한 벚꽃을 추억하며 나머지 1년을 살아낸다고. 추억을 먹고살게나, 좋았던 추억으로만. 아픈 기억은 통째로 잊어버리고.
잊지 말게. 벚꽃도 화려하게 만개한 날은 고작 10여 일뿐이라는 사실을.
- 아무개, 우리가 돈이 없지, 안목이 없냐? 中
위 내용처럼 벚꽃도 화려하게 만개한 날은 그리 길지 않다.
고작 10여 일을 위해서 전국적으로 벚꽃축제를 개최하기도 하고, 벚꽃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고 sns를 벚꽃 사진으로 가득 채우곤 한다.
그리고는 다시 10여 일간 만개할 벚꽃을 기다리며 1년을 보낸다.
이제는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더 이상 슬프지 않다.
추억은 그 자체로도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