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군 Sep 08. 2015

부산에 가면

먼 훗날의 나에게 들려주고픈 노래

어느 봄날 퇴근길에 라디오에서 이 음악이 나왔다.

잔잔한 피아노 건반과 쓸쓸한 최백호 씨 목소리에

집으로 가는 언덕 길 한복판에 서서

어디로 갈지 모른 채 한참을 서 있기만 했다.




노래 듣기 : 부산에 가면 - 최백호 (with 에코브릿지), 첫사랑, 2013



부산에 가면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

고운 머릿결을 흩날리며 나를 반겼던


그 부산역 앞은

참 많이도 변했구나
어디로 가야 하나 너도 이제는 없는데


무작정 올라간 달맞이 고개엔

오래된 바다만

오래된 우리만

시간이 멈춰 버린 듯

이대로 손을 꼭 잡고

그때처럼 걸어보자

아무 생각 없이 찾아간 광안리
그때 그 미소가

그때 그 향기가

빛바랜 바다에 비쳐

너와 내가 파도에 부서져

깨진 조각들을 맞춰 본다

부산에 가면...




난 서울 사람 치고 부산은 자주 가 본 편이었다.

그래 봤자 해운대, 남포동, 자갈치 시장 정도지만

매번 기차를 니 부산은 갈 때마다 본 셈이다.


그녀는 고향이 부산이었다.

대학을 서울에서 다 장거리 연애는 아니었지만,

한 달 정도 부산에 내려간 적이 있었다.


어느 날, 퇴근길에 통화를 하는데

그날따라 그녀가 보고 싶었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너무 보고 싶었다.


가끔 그럴 때가 있지 않는가?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 때.

머리가 아니라고 말해도 가슴이 맞다고 할 때.

머리로는 '내일 출근해야 해' 하는데도

마음이 따라가 주질 않는 것이었다.


미친 척하고 부산으로 가는 KTX를 탔다.

내려가는 도중에 그녀와 카톡을 하면서도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제 퇴근했어. 집에 다 왔어. 막 씻고 나왔어.'


그리고 부산역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놀라서 뛰어 나왔다.

긴 머 흩날리, 내가 사랑하는 모습 그대로.


편의점에서 산 커피 한 잔과,

짧은 이야기, 꼭 잡은 손.


 

밤기차로 서울에 올라와야 했지만,

다음날 계속 졸다가 팀장님께 엄청 깨졌지만.


지금도 부산에 갈 때면  그때 생각이 난다.

광안리나 달맞이 고개는 함께 가보지 못했지만,


그 밤 부산역 앞에서 날 반겨주던 그대가.




덧. 이야기와 얽혀 있는 글

늙어가는 만큼, 어느 날, 퇴근길에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