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발자국

by 윤군


떠나보냈습니다


흐린 하늘,

내린 빗물이 흘러 흘러 강으로

궤적조차 남기지 않고 달아나듯이

그렇게 떠나보냈습니다


발자국이 남았습니다


어릴 적,

늦은 밤까지 놓지 않았던 장난감에

손때 묻어 있는 기억처럼

길 위에 발자국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눈이 내렸습니다


잠시 동안 바라본 뒷모습이

꺼져가는 별빛처럼,

쓸쓸히 눈가에서 떨어질 때쯤

하얗게, 하얗게 내린 눈은


그 발자국을 지워버렸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한겨울에 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