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글쓰기

by 윤군

숙제나 일기가 아닌, 처음으로 내 글을 썼을 때가 벌써 20여 년 전이다. '시' 형태의 짧은 글이었는데 이별과 그리움을 쓴 글이었다. 12살의 꼬마가 화자와 청자, 감정과 절제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았겠는가. (그런데 그때 쓴 글이 브런치에도 올라가 있다는 게 반전.) 그때부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작은 수첩을 하나 사서 매일같이 글을 끄적이고 다녔다.


그런데 글을 쓰는 것은 항상 외로웠다.


부끄러워서인지, 혹은 아들이 (보통은) 돈이 되지 않는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을 들키는 것이 싫었는지 누구에게 글을 보여주거나 자랑한 적이 없었다. 칭찬을 받은 적도, 위로를 받은 적도,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 책상 위에서, 흐릿한 가로등 아래에서, 야자시간에 공부하는 척 몰래. 작은 노트 안에서 혼자 웃고 울며 생각하고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글쓰기는 늘 외로웠다.


글쓰기가 바뀐 건 브런치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 가끔 쓰고 자주 쓰고를 떠나서, 나처럼 어쩌면 나보다 더 외롭게 글을 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다는 것.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 그 사람들과 온/오프라인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1년이 지나서야 하는 말이지만


지금은 글쓰기가 외롭지 않다.
다만 고맙다.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린 날이 작년 7월 29일. 1년 하고도 한 달이 지났다. 1년 전의 생각대로라면 한 달 전쯤에 이 글을 썼어야 하는 건데, 한여름의 무더위는 내게서 어떤 열의를 모두 가져가 버렸다. 몇몇 댓글에 적었듯이 내 글쓰기는 참 계절을 많이 탄다.


떨어지는 낙엽에 끝없이 가라앉아서
추운 겨울 좁은 방 창문을 열고
봄바람 맞아 피어나는 꽃에 다시 마음이 설렌다.


그래, 여름은 없다. 더워서인지 지쳐서인지 유독 여름을 배경으로 글을 쓴 기억이 없다. 내게 있어 여름은 그동안 소모했던 감정과 의욕을 채우는 계절이다. 여기까지가 한동안 글을 쓰지도, 읽지도 않은 이유에 대한 핑계. 그리고 한 가지 핑계를 더하자면, 함께 브런치를 하는 작가님들 덕분에 더 이상 외롭지 않아서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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