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겨울

by 윤군

얇은 옷을 입어서인지, 전기장판이 고장나서인지, 가득 찼던 마음이 비어서인지.

네가 없는 첫 번째 겨울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따뜻했다던 그 해 겨울은 내게 유난히도 추웠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전화를 하고, 문자를 하고, 별로 재밌지 않은 농담을 나누고.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산책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가만히 얼굴을 보다가, 손을 잡고, 속삭이는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고.


너로 가득하고, 너에게 맞춰있던 하루가 통째로 사라졌다.

나는 방황하는 대신 주저앉았다.


상실이란 그런 것이다.
새로운 것 앞에서 없는 것을 찾게 된다.


빈 쓰레기통, 버스 정류장, 보름달이 뜬 밤, 세탁기에 넣은 셔츠, 비 내리는 아침, 피자 한 조각, 굽 낮은 구두, 9시 뉴스, 엘리베이터 거울.

아무 접점이 없는 모든 것에서 떠오른 너의 기억들이 날 차가운 바닥에 내팽개친다. 어디선가 후회와 고독, 그리움이 찾아와 아무도 없는 날 위로한다.


긴 겨울 내내 그것들을 피할 생각도 못하고 간신히 버티고만 있었다.

몸인지 마음인지, 어디에 온 건지 모를 긴 감기를 앓고 나면 언젠가 봄이 올 거라고 믿으면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 날의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