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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by 윤군


멀리서 빗방울이 토닥입니다


오래전 다툼 끝에 버려진 말에는

캄캄한 골목길의 한숨 소리와

흐느끼는 베개 소리가 남아 있습니다


멀리서, 빗방울이 토닥입니다


날 세운 목소리도

울음 섞인 한숨 소리도

젖은 베갯잇이 구겨지는 소리도 모두

빗소리에 묻혀 스러집니다


긴 정적 끝에 알았습니다

누군가를 보내는 것도 삶이라는 걸


멀리서,

빗방울이 토닥입니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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