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별 #5

by 윤군

그녀는 편의점을 나와 1번 출구 옆길을 걸었다. 믿기진 않았지만 지금이 3년 전 그 날이란 걸 떠올리자 어제는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부부가 하는 카페 안에는 그 날처럼 손님이 없었다. 그녀와 그가 자주 앉던 창가 구석 자리에는 흐트러진 의자와 반쯤 마신 커피 잔 2개만 놓여있었다.



“우리 그만 하자.”


그녀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주일 동안의 자잘한 일들을 신이 나서 떠들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통화를 했지만 그의 얼굴을 보는 건 오랜만(이라고 해봤자 일주일이지만)이라 더 신이 났었다. 그래서 잠시 동안 그가 한 말의 의미를 생각하느라 멍해있었다. 그는 분명 그녀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겠지만 어째서인지 그녀가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는 차가운 말들을 내뱉었다.


“난 너와 결혼할 생각도, 능력도 없고, 무엇보다 이제 네 성격을 감당 못하겠어. 여기까지 하자. 앞으로 찾아오지 마.”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잠깐 바라보다 카페를 나갔고, 그녀는 그 때까지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지금 재미없는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 생각하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바보같이 한마디도 하지 못했었지. 지금이라면 붙잡고 물을 뿌리거나, 뺨이라도 때렸을 텐데.’

그녀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카페와 철물점을 지났다. 철물점 지붕 아래에는 그녀가 가끔 먹이를 주던 길고양이 한마리가 앉아 있었다. 고양이는 그녀를 보고 울었지만 그녀는 무시하고 지나쳤다.


‘미안. 오랜만이라 반갑지만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어. 다음에 또 볼 수 있다면 먹을 걸 가져올게.’



그가 나간 지 10분쯤 지나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은 것.’이란 상황을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었다. 지금까 많은 연애의 끝에서 그녀는 떠나는 입장이었지 한 번도 남았던 적이 없었기에 더 낯설었는 지도 모른다.


‘차라리 끝내려면 내가 끝내. 그리고 이런 식의 이별은 인정할 수 없어. 적어도 헤어질 거라면 미리 예고편 정도는 보여줬어야지.’

그녀는 비에 젖은 아스팔트 위에서 몇 번이나 넘어질 뻔하며 그의 집 앞을 찾아 갔었다.



여전히 비에 젖은 아스팔트는 미끄러웠다. 노란 가로등 불빛은 빗방울에 뿌옇게 흩어져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 날도 이랬던가?’


화가 나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정신 없었던 그 날에는 보이지 않았던 모습들이 보였다. 이미 한번 겪어 본 일이라 그때보다 차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내리는 빗방울 하나하나까지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작은 공원이 가까워지고, 그 앞에 그의 집이 보였다. 그리고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그가 서 있었다. 천천히 그의 입술이 열렸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3년이 지났어도 잊지 않은) 그의 말을 따라했다.


“여긴 왜 왔어? 한번 헤어지자면 미련 같은 거 쉽게 버리는 여자 아니었어?”


“집에 가. 이제 네 얼굴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녀는 확신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은 진짜 2012년 7월 21일의 그를 만나고 있는 거라고. 그리고 이번에는 그때처럼 바보같이 울지만 말고, 내가 왜 너에게 버려져야 했는지, 지난 3년간 자신을 괴롭혔던 그 이유를 듣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진심으로 바라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꼭 눈을 보고 말하라는 그의 말을 떠올리며, 그녀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 서늘한 표정으로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왜 헤어지자는 거야? 핑계대지 말고 사실을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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