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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조 Jun 29. 2023

엄마가 해주는 예쁜 계란말이는

엄마가 해주는 예쁜 계란말이는,

식당에서 나오는 건 손도 안 대는 건새우볶음은

더 이상 먹을 수가 없다.

레시피도 모른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으니까.

은연중에도 나는,

평생 엄마가 해주는 것만 먹을 거야.

배우지 않을 거야.

내가 따라 하는 엄마 음식은 먹기도 싫어.

라는 마음이 깔려 있었다.

할머니의 떡볶이와 아빠의 청국장, 생선탕도 그렇다.

그립지만

그 그리움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같은 레시피로 만들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 있다.


엄마는 인터넷도 못 하고 어디서 배우지 않고도

오십이 넘어 갑자기 요리를 시작하더니

어쩜 그렇게 예쁘고도 내 입맛에 딱 맞게 할 수가 있었는지.

어릴 때는 엄마 음식을 거의 못 먹어봤는데 말이다.

몇 년 전 거의 처음 엄마 반찬들을 먹어 보곤 ‘어쩔 수 없는 가족인 건가’ 생각이 들었다.


그럼 뭐 해.

지금 나는 육체를 가진 엄마가 없는걸.

이번 생은 끝났는 걸.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너무 많이 그리워하면 영혼이 성불하지 못한다는 거,

그거 사실은 산 사람이 산 사람을 위해 하는 위로 아닌가.

그 심연에는 죽은 사람은 이미 죽었다.

끝났다.

다 끝난 일이다.

손을 쓸 수 없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잊고 일상을 되찾아야 한다.

하는 마음인 것 아닌가.


앞으로는 그리울 때 마음껏 그리워하고

잊혀지는 날에는 잊기도 하고

다시 생각나면 또 엉엉 울며 그리워하고

그냥 그렇게 살아야겠다.

그냥 다 내 마음대로 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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