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깨달았는데, 나는 나를 좋아하진 않아도 의심하진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세상에서 가장 신뢰한다.
그런데.
이렇게나 신뢰하는 단 하나뿐인 사람인 나를, 나는 너무 하찮게 대했다.
요즘은 외식과 배달음식을 줄이고, 내 몸을 위한 요리를 정성스럽게 한다.
재료도 구할 수 있으면 꼭 유기농으로 한다.
사실 유기농 집착이 좀 있어서, 속옷도, 잠옷도, 침구도 이왕이면 유기농 면이다.
샴푸며 치약, 바디워시, 로션까지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좋은 걸 쓴다.
좋다고 해봐야 비싼 건 아니지만 성분을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하는 것이다.
좋은 운동화를 신고 좋아하는 곳을 산책한다.
그러다 커피나 음료를 마시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아픈 게 좀 심각한 것 같다 싶으면 병원에도 재깍재깍 간다.
이따금 비싼 한약을 먹기도 하고.
비싸다고 치과 치료를 미루지 않는다. (무서워서 미루긴 하지만......)
명상을 하고, 일기를 쓴다.
일기야 원래 매일 쓰던 거지만, 요즘은 감정을 꼭 기록하고 그 주와 그 달의 총평도 적는다.
좋아하는 음악을 매일 들으며, 좋아하는 맛의 커피와 홍차를 직접 내려 마신다.
올해는 종 치는 걸 들으며 소원을 빌지 않았다.
소원이랄 게 더 이상 없다.
죽으면 다 끝이고 살아있을 때의 모든 것들은 결국 부질없고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지금 살아있는 나에겐 소중해.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감정이든 뭐든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니
미래에 대한 생각보다는 그냥 오늘을 살고
열심히 살고
누가 뭐래도 착하게 살고
그저 하루하루를 최대한 후회와 미련을 남기지 않는 걸 목표로 했다.
생각해 보면 내 인생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들은 이미 다 일어났고
당연히 슬프고 괴로운 일들이야 앞으로도 계속 있겠지만 왠지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이거면 됐지, 뭐.
'나를 조금 더 아껴도 돼. 사랑해도 돼.
나를 너무 내 기준으로만 보지 말고,
가끔은 나를 좋게 평가해주는 사람들을 믿어.
그래도 돼.
어차피 자만하는 성격도 아니잖아.
좋은 점도 있는 사람이잖아.
남들보다 못한 것보다는 거기에 초점을 맞춰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