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나는 밤마다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을 수 있고, 눈이 간지러울 땐 상쾌한 안약도 맘껏 넣을 수 있고, 안약이 다 떨어졌을 땐 오빠에게 말하면 꼭 같이 손을 잡고 약국에 가서 새 안약을 사 온다. 이게 행복인 것 같다고 생각한 오늘 밤.
02.
포포리는 내가 제시간에 일어나지 않으면 꼬순발을 어떻게든 볼에 갖다 대며 깨우고, 제시간이 아니더라도 그냥 자기가 깨우고 싶으면 더 일찍이라도 일단 깨우고 본다.
새벽에 내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꼬리를 살랑이며 따라와 일단 뽀뽀를 한다. 그리고 내가 나올 때까지 거실 자기 쿠션에서 기다린다.
내 의자 밑에 있다가 의자 다리에 꼬리가 밟혀 처음 듣는 큰 소리로 깨갱 했을 때에도 내가 놀라서 우니 또 바로 꼬리 치며 핥아주었다.
포포리는 내가 무슨 죄를 지어도 사랑할 것이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또 제일 사랑하는 것 같다.
목욕도 나랑만 하려고 하고, 내가 목욕하자고 하면 먼저 욕실에 슝 들어간다. 얼굴을 씻길 때에도 짜증 내지 않고 얌전히 눈을 꼬옥 감는다.
오빠한테 배웠는지 뽀뽀도 엄청 한다. 안 해주면 해줄 때까지 얼굴을 들이밀고, 해줘도 한 번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이 의지의 한국 강아지(?)는 무조건 세 번은 꼭 해야 한다.
03.
나는 예민하고 집중력이 안 좋아서, 처음 오빠랑 같이 일할 때는 자꾸 뽀뽀하자는 게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울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앞에서 물레질도 한다.
04.
어릴 때부터 예민한 성격으로 욕을 많이 먹었는데, 나야말로 둔하고 멍청한 인간들이 싫다. 그들이 꼭 예민한 사람을 비난한다. 본인의 그릇이 작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면서.
05.
감정이란 생각보다 정확하지도 않고 영원하지도 않으며 그저 하릴없다.
과거와 미래도 아무 의미 없다. 오직 현재만이 진실이며 가치 있다.
06.
어떤 일은 입 밖에 내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된다.
나만 알고 있다가 아무도 모르게 하고 나까지 잊어버리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이다.
07.
처음 들은 후로 몇 년 동안 매일 듣던 노래를 어느 순간 아예 듣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노래가 그랬다.
그리고 오늘 10년 만에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고는 ‘아, 내가 이 노래를 엄청 좋아했었지.’하며 남일처럼 깨닫는 것이다.
08.
언제부턴가 인연이나 생명의 마지막이, 부정적인 느낌의 끝이 아니라 완료의 개념이 되었다.
그 후로는 겁을 좀 덜 먹는 것 같다.
09.
내가 아무런 이질감도 불편함도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살고 있는데 나를 사랑해 준다는 것.
10.
매일 생각이야 나지만 그래도 평소엔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잘 버티고 있는데, 낮이고 밤이고 할 것 없이 한 번 깊게 빠져들면 어쩔 도리 없이 처참히 무너진다.
시간을 들여가며 슬픔에 익숙해질 수밖에.
11.
요즘 제일 꽂힌 문장.
-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다 보면 내가 지킨 약속들이 나를 지킨다.
- 내가 반복하고 있는 것이 나를 만든다.
-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잘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