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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조 Aug 21. 2022

그림도 인생도 생략이 필요하다

사람이나 풍경을 볼 때, 실제의 모습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무언가를 보고 좋으면, 영감을 얻으면, 사진보다는 글이나 그림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입시미술을 배울 땐 묘사를 정말 열심히 했다. 뭐든 자세히 보고 싶었고 눈이 대상에 닿도록 가까이 보며 묘사했다. 그것 때문에 많이 혼났다. 주제가 명확하고 배경은 배경으로 남아야 하는데 나는 배경까지 너무 디테일했다. 포기를 못 했다.

그런데 지금은 성격이 많이 바뀌어서, 웬만하면 또렷이 보지 않으려고 한다. 이왕이면 멀리서, 이왕이면 깊지 않게. 개인적인 경험이겠지만 깊이 들여다볼수록 아름답기만 한 것은 없었다. 어느 날 문득 그걸 깨닫고는, 어차피 눈이 안 좋아서 안경을 안 쓰면 만물이 다 뭉개져 보이니까 그냥 그렇게 내가 보이는 대로 그리기로 했다.


그림도 인생도 생략이 필요하다. 나는 그걸 너무 못해  붙드느라 힘들었다. 지금도 버릇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놓을  있는  많이 놓으니 인생이 조금은 편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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