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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조 Sep 05. 2022

조금은 욕을 먹는 삶

서른넷. 결혼  했고, 장기연애중이다.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고(아이를 좋아하고 문득문득 낳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인격으로 아이를 낳아 기르는  범죄라고 생각한다직장 생활을 제대로 해 본 게 몇 년 안 된다. 술 담배를 싫어하고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회의적일 때가 많다. 염세주의.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은 지구에 딱 다섯 명. 나머지는 지인이라는 표현을 쓴다. 싫어하는 정도까지의 사람은 별로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더 손에 꼽는다. 간섭하고 간섭받길 싫어한다. 화장기 없는 안경 쓴 똑단발에 대체로 큰 옷을 입고 남자 같은 차림새다. 매일 다치고 베여 멍과 상처가 많다.


나는 단발머리를 좋아하고 안경 쓴 내 모습이 싫지 않다. 안경을 벗는다고 갑자기 미녀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내 모습을 안타까워한다. 그럴 때면 가끔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세상에 예쁜 여자가 그렇게 많고, 눈이 안 나빠도 미용렌즈를 끼며 잘 꾸미고 사는데, 나 정도는 이렇게 살아도 되지 않나..? 나는 자연스러운 내 모습이 더 좋은데. 이런 내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리며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사람들 언제나 쌩판 남이다.


왜 결혼을 안 하냐, 왜 아이를 안 낳냐, 이런 말들에 내 생각을 이해시키는 게 이제 귀찮다. 이해하는 사람도 없다. 나를 위하는 척, 네가 뭐가 어때서 그렇냐, 요리도 잘하고 배려심도 많은데 당연히 결혼 생활도 육아도 잘할 것이다.

내가 나만의 소신을 갖고 살아가는 게 죄인가? 모두가 다른 삶을 살고 겪었는데, 나는 그들을 인정하고 고치려 들지 않는데 왜 그들은 나를 인정하지 않고 고치려 들까.


소수인 게 죄인가? 나는 신호 한 번 위반하지 않는다. 마음에 안 드는 법도 무조건 지킨다. 나는 불행한가? 내 눈엔 그들이 나보다 조금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행복을 이야기하기보다 항상 불행을 이야기하는데, 그렇다면 자신만 불행하고 싶지 않아 나를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이거나 행복을 불행한 척 말하는 것이다. 둘 다 기만이다. 내 눈에 좋은 부부, 좋은 부모는 손에 꼽는다. 다 그렇게 산다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진 않다. 내 인생에 깊이 들어온 적 없는 사람이라면, 내 인생에 깊이 관여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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