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파크전 : 더 디자인 아일랜드
약 100일간 DDP에서 만나볼 수 있는 루나파크전은 세계 3대 디자이너인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총괄 디렉팅을 맡고, 세계적인 디자이너 100명이 참여하여 놀이공원 컨셉으로 탄생시킨 전시입니다. 상상하지 못했던 소재로 다양한 소품을 만들어내고, 그 속에 혁신과 위트를 담아내어 일상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은 산업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몇 작품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SELETTI : 셀레티 혁신의 청춘, 문화와 혁명의 진화를 추구하는 유머러스한 작품세계
전시장의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우리는 먼저 셀레티(Seletti)의 조명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1964년 로마노와 마리아 셀레티 남매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꿈꾸며 '셀레티'브랜드 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평범한 일간의 일상에도 예술을 접목할 수 있다'는 남매의 신념이 담긴 브랜드 정신은 1960년대를 풍미했던 '자유'를 동력 삼아 끊임없이 시대의 청춘을 읽어내고 있습니다.
생쥐와, 원숭이의 털 한 올 한 올까지 사실적으로 조각한 작품과 열린 바나나 속에서 빛나는 전구는 일상생활
속 셀레티의 유머감각을 느낄 수 있었고, 전구는 단순히 빛을 내는 도구가 아니라 예술작품과 접목되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들이었습니다.
Benedetta Mori Ubaldini : 베네데타 모리 우발디니
셀레티의 조명을 뒤로하고 전시장 내부로 들어가면 우리는 베네데타 모리 우발디니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우발디니는 철물점이나 공사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단순한 소재인 철망으로 작품을 표현하였습니다. 단순이 천장에 걸려있는 작품을 접하였을 때에는 어떤 형태인지 쉽게 인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공간에 투영된 형태를 보니 하늘을 날고 있는 한 마리의 새와 구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철망이라는 단순한 소재를 3차원의 이미지로 표현하여 소재가 주는 공간의 투명성과 겹침을 통해 다양한 상상의 세계를 연출하였습니다.
Dream Factory -Alessi : 꿈의 공장 알레시
다음으로는 '알레시'의 다양한 소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알레시는 "진정한 디자인이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마음을 움직이고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깜짝 놀라게 하고 본질에 역행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수많은 디자인 제품을 탄생시켰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와 동물의 형태로 기능을 녹여내고, 다채로운 컬러를 활용하여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그중 깔때기의 기능에 걸맞는 피노키오 캐릭터로 디자인된 '피노'는 기능과 형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소품입니다.
Elements Optimal : 이오
다음으로는 형태상으로 굉장히 심플하면서도 표현하고자 하는 시대를 초월하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디자인 그룹 EO의 제품입니다. EO는 숙련된 장인의 손길로 꼼꼼하게 제작되며, 전 세계의 혁신적이고 독립적인 디자이너들이 함께 협업하여 작업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단순한 조각과 얼룩말 패턴을 활용한 디자인 러그와, 단순하지만 코끼리의 형상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우드 의자, 연필을 꽂음으로써 완성되는 공작 연필꽂이는 EO의 위트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 타게시시와다(takeshi sawada)의 어린이 스툴은 특히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사슴과 양, 소를 떠올리게 하는 스툴은 해당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털의 느낌을 살린 패브릭과 각 동물이 가지고 있는 뿔의 모양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작가는 "물체는 그냥 물체가 아니다 매 순간 각각의 물건들에서 새로운 감정을 끌어내야 한다"라고 말하는 디자이너답게 장난기 가득하고 에너지와 감정에 솔직한 디자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Kartel, Philippe starck : 카르텔, 필립스탁
다음으로 플라스틱을 소재로 활용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우선 필립스탁의 유명 작품 중 하나인 '루루 고스트'의자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루루고스트는 루이 고스트 의자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8년 어린이를 위한 모델로 출시한 모델이라고 합니다. 플라스틱이라는 재질을 사용하였지만 내구성이 무척 뛰어나 출시 당시 '플라스틱 혁명'수식어를 갖게 했다고 합니다. 딱딱한 플라스틱이라는 소재에 곡선과 파스텔, 그리고 투명함이라는 특징을 갖춘 이 제품은 공간에 미적인 아름다움을 더하여 주고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가구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뒤바꾼 플라스틱 가구의 아이콘인 카르텔은 자동차 액세서리를 생산하여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플라스틱을 소재로 사용하였지만 고퀄리티의 디자인 제품을 만들면서 혁신적인 제품을 탄생시키고 디자인사에 획을 긋기도 하였습니다.
Stefano Giovannoni :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작품은 루나파크전의 총괄 디렉터인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의 제품입니다.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인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의 작업은 카툰이나 신화 같은 상상의 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어린아이의 순수한 세계를 보는듯한 디자인으로 정서적이고 감각적인 느낌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디자인을 장난감이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그가 제품을 디자인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널리 쓰임으로서의 가치를 위해서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중 2016년 퀴부에서 출시된 레빗체어는 인체의 편안한 동선과 매치하여 디자인되었고, 최근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단단한 특성과 대비되는 부드러운 곡선이 주로 이루는 그의 제품들은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시를 관람하여 특히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디자인 속에 위트가 녹아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고릴라의 형태를 한 조각물이 전구를 들고 있는 장면이나, 피노키오 깔때기, 새 모양의 간장종지 등 생각지 못한 것들이 우리 생활 속 소품이 되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고 인상 깊었습니다.
루나파크전은 기존의 딱딱한 전시와는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작품들이 한 곳에 모여있어 마치 테마파크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는 전시장 내부이지만 생활제품이란 우리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 특성을 잘 살린 전시였습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작품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