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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픈사람돕는사람 Dec 29. 2023

영유아습진 환자의 진료실 일상

영유아 환자의 진료시간은 에너지 소모가 크다.

아이는 울고 부모님은 노심초사 아이에게 신경이 집중되기에,

의료진의 진료에  집중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유아 환자는 병원입점시부터 도착했다고 눈물로써 크게 알려준다.

방긋웃고 잘 놀다가 의사가운을 보면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도 있고.

눈물콧물 다 빼는데 간혹 보호자인 어머니마저 자책하며 눈물을 쏟으면

더욱 난감해지기 마련이다.


내원전부터 많이 망설이셨던 전화상담을 먼저 요청하셨던 어머님.

한약치료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고 아이가 먹기에 독성이 있지않냐고

불신하며 걱정이 한가득이셨다.

16개월된 아이인데 1시간 간격으로 가려워서 긁다가 깨서 잠도 못자고,

양약과 스테로이드를 사용중이다.


개원 10년차이상이 되니 재진환자분의 진료스케줄은 빼곡히 있는 상황.

최대한 의료진의 시간과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위해,

상담실에서 그동안의 치료이력을 간단하게 기록했다.

공간이 답답하고 더워서인지 그때부터 울기시작했다.

왕복 3시간 거리를 오는데 자다가 깨서 잠투정까지 섞여서 아이 컨디션은 좋지않았다. 이럴때는 최대한 빠르게 진료흐름을 도와야한다.

아이아빠가 아이를 번쩍 들어 안고있고 더울까봐 제1진료실 창문은 열어두었다. 흰색가운 때문인가싶어서 원장님께서 의사가운도 벗어보았지만 서럽게

목청껏 울어서 속수무책이었다.


진료실은 사람이 함께하는곳이기에 늘 예상밖의 변수로 가득한 현장이다.

맛집은 어느 하루 재료 때문에 맛이 달라지면 안되듯

사람은 기계가 아니지만, 수많은 변수에도 불구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은

늘 한결같이 동일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파서도 안되는 실정이다.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은 다방면에서 프로이길 원하고, 실수가 없기를 바라며

자신이 만족했던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언제나 동일하게 받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연말을 겨냥해서 가족단위로 한분 진료볼때 두명의 진료소요시간이 필요한 초진환자들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모든 고객의 시간은 소중하다.

진료 소요시간이 길어지면 예약했는데 왜 기다리냐고 컴플레인이 나오기마련이다. 피부관리팀에서도 침구팀에서도 데스크팀도 고객님 대기시간이 길어지셨다며 여기저기 나와 원장님을 호출한다.


' 아, 어쩐다? 어떻게 해야 아이가 울음을 멈추고 진료를 볼수 있을까?'


'삑삑삑삑~~~'


아까 대기실에서 삑삑이 신발소리가 들렸던것이 떠올랐다.

자극에 반응하고 좋아하는 아이인것 같아서 반짝반짝 작은별을 보여줬더니 거짓말처럼 눈물을 뚝 그쳤다.

이어서 나의 핸드폰화면에서 터지는 폭죽을 향해 터치하며,

언제 그랬냐는듯 방긋 웃기까지했다.


진료를 잘 보았지만, 치료동의결정은 또 다른 영역이다.

특히 아이들은 한약복용을 주체적으로 하지 않기에 치료를 미루게 되는 요인중 하나이기도 하다. 영유아습진은 제대로 치료하는것이 정말 중요하다.

초기에 잘 치료해준다면 아이가 자라나면서 아토피로 고생하게 될 확률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불신 가득한 상태셨기 때문에 팩트를 근거로 말씀을 드렸지만,

어머님께서 마음을 열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일단 한약치료를 한달정도는 해보시기로 하셨다. 빠르게 호전되는 질환은 아니지만, 부디 치료를 이어나가서 효과를 보여줄수 있는 시간이라는 기회를 주셔서 아이가 꼭 낫는것을 보실수 있기를 바란다.

아가도 부모님도 다들 멀리서 오셔서 진료보시느라 고생많으셨다.

반짝반짝 작은별을 들으며 에너지 충전의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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