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도 필요한 빛과 거리

by 윤다온


오늘은 공유오피스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집에만 있으면 눕고 싶고, 잡생각이 쉬지 않고 밀려든다.

그런데 이곳에 오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정리되고, 글이 써진다.

은은한 조명이 책상 위를 은은하게 비춘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은 집중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흐트러진 생각을 단단하게 붙잡아준다.

무엇보다 탁 트인 공간이 주는 여유가 있다.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지만, 누구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

그 존재감이 오히려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혼자가 아니면서도, 소외되지 않는다는 현실감.

그 묘한 안심이 오늘 내 마음을 지켜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공간이 주는 감각은 ‘좋은 관계’가 주는 감각과 닮아 있었다.


1. 빛처럼 따뜻한 시선

조명이 그렇다.

너무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은은한 빛.

필요한 곳만 살짝 밝혀주면서도 부담스럽지 않다.

관계 속에서도 이런 빛이 필요하다.

과하게 들여다보는 시선은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무심한 눈길은 나를 외롭게 만든다.

그러나 은은한 조명 같은 따뜻한 시선은 나를 있는 그대로 비춰준다.

고립되지 않으면서도 간섭받지 않는 자리, 그곳에서 나는 안심하며 숨을 고른다.


2. 음악처럼 흐르는 배려

공유오피스에 흘러나오는 음악은 말 대신 분위기를 채워준다.

너무 크지도, 그렇다고 텅 비지도 않은 적당한 배경.

그 안에서 글을 쓰다 보면, 나는 혼자가 아님을 느낀다.

관계도 그렇다.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배려가 있다.

조용한 침묵이 오히려 편안함이 되는 순간이 있고, 함께 있지만 각자의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더 깊이 이어져 있음을 깨닫는다.

말보다 배려가 흐르는 관계는 오래간다.


3. 숨 쉴 수 있는 여백

탁 트인 공간은 숨통을 틔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적당히 떨어져 있기에 답답하지 않다.

그 여백 덕분에 오히려 집중이 깊어진다.

관계도 여백이 필요하다.

너무 가까워 숨이 막히지도, 너무 멀어 소외되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관계를 단단하게 만든다.

숨 쉴 수 있는 거리에서 우리는 다시 건강해진다.


'나는 이제 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관계는 한 번에 답을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평생 서로 노력하며 조율해나가는 과정 같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이고, 그래서 더 배우고 성장해야 하는 것이 관계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순하다.

나는 오로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갈 뿐이다.

내가 어떤 빛을 좋아하고, 어떤 음악에 마음이 놓이고, 어떤 거리를 편안해하는지.

나를 알아갈수록, 관계 속에서 내가 설 자리도 조금씩 선명해질 것이다.

오늘 내가 얻은 작은 깨달음은 단정한 결론이 아니라, 더 깊은 이해를 향한 시작일 뿐이다.

그래서 이 글은 해답이 아니라 기록이고, 다시 돌아볼 이정표로 남겨두려 한다.

그리고 이글을 읽는 또다른이에게 묻고 싶다.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편안함을 느끼는 빛은 어떤 빛이고, 안심이 되는 거리는 어떤 거리인가?

타인을 알기 전에 나를 알아가는 이 질문이, 어쩌면 관계를 지켜주는 첫걸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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