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댄스학원 5주년 댄스파티,
공연일은 코앞이었다.
몸도, 스텝도, 동작 외우는 것도
그 어느 하나 자신이 없었다.
“선생님, 신발이 이상해요. 자꾸 미끄러져요.”
“다온님, 신발은 잘못이 없어요. 체중 이동을 정확히 해보세요.”
두려운 마음에 탓할 대상을 찾고 있었던 모양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가 덜 된 채 무대에 올랐다.
조명이 켜지고 음악이 흐르자,
회원님들의 박수와 응원이 나를 밀어주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원래 없던 동작인 관객을 향한 손총과 윙크 퍼포먼스까지 나왔다.
“that a cha cha cha~ 빰빰빰!”
“후우우— 짝짝짝짝!”
무대 위에서 나는 비로소 살아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서 나오자마자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루키 대회가 언제라고 하셨죠?”
무대에서 얻은 작은 자신감이 나를 또 한 번 앞으로 밀었다.
그 순간 알았다.
자신감은 내가 해낸 것이 있을 때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해냄을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을 때,그 과정이 진짜 자신감을 만들어낸다.
학원 파티를 준비하던 시절,
나는 매일 출근 전 새벽마다 학원에 나가 연습했다.
남들보다 연습량이 적었던 것도 아닌데
무대에 오를 날이 다가올수록 불안이 커졌다.
'순서 기억 안 나면 어떡하지?'
'스텝 꼬이면 어떡하지?'
'신발이 미끄러지면 어떡하지?'
그건 단순한 걱정이 아니라,
불안이 꼬리를 무는 습관이었다.
몸은 이미 충분히 준비돼 있었지만,
마음은 그 목소리에 자꾸 작아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불안은 실력의 부족이 아니라
나를 의심하던 마음의 습관이었다.
이제는 안다.
불안은 없애야 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다루는 연습이 필요한 감정이다.
자신감은 완벽할 때가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계속 나아갈 때 만들어진다.
조성희 작가의 《뜨겁게 나를 응원한다》를 읽다가 프랭크 크레인의 문장을 만났다.
“가장 무서운 죄는 두려움,
가장 좋은 날은 바로 오늘,
가장 큰 실수는 포기해버리는 것.”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이 뜨거워졌다.
나는 두려움 때문에 주저했고,
오늘보다 내일을 핑계 삼아 미뤘으며,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포기하려 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깨달았다.
두려움은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용기로 나아가기 전에 반드시 마주해야 할 감정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오늘을 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느꼈던 두려움은
글쓰기의 두려움과 닮아 있었다.
완벽하게 추려는 마음 대신,
그저 한 걸음 내딛는 용기가
나를 무대 위로, 문장 위로 올려놓았다.
몸이 익히는 리듬은 마음의 자신감을 만든다.
글도, 춤도, 결국 멈추지 않는 연습이었다.
이제 막 시작한 댄스 초보인데,
프로 선수처럼 완벽한 자세와 멋진 퍼포먼스를 기대했다.
하지만 예쁜 동작은 스텝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체중 이동, 곧게 편 자세, 손끝의 표현, 바디 쉐입의 디자인,
파트너와의 호흡, 표정 연기까지 —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질 때 하나의 춤이 된다.
그건 선수들의 오랜 훈련과
감각의 축적이었다.
나도 그걸 몰랐던 것이다.
스텝부터 익히고, 체중 이동을 배우고,
그다음에야 음악과 몸이 만나는 리듬이 생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나는 ‘왜 나는 안 되지?’ 하며 시무룩해졌다.
라이브로 문장을 고치는 글쓰기코치님처럼,
출간한 작가님들처럼
곧바로 잘 쓰고 싶어 했다.
몇 번 끄적이다가 ‘어떻게 써야 하지?’ 하며
생각만 하다가 멈추곤 했다.
그러나 글쓰기는 생각을 다듬는 일이 아니라,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일이었다.
다른 작가들의 책을 읽고 배우는 시간,
프리라이팅으로 막 써보는 시간,
관찰하고 질문하는 시간들.
그 속에서 문장이 아니라,
나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텝을 익히듯 글감의 무게를 느끼고,
호흡을 고르듯 문장의 리듬을 맞추고,
무대 위에서 중심을 세우듯,
하루의 기록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쓴다.
춤과 글쓰기는 다르지 않다.
몸이 기억하는 훈련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글이 보여주는 문장은 나를 다시 일으킨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연습한다.
무대 위에서, 그리고 문장 위에서
나답게 서기 위한 연습을.
완벽하려 하지 말고,
충분히 해내는 나를 믿자.
몸이 기억하는 반복은 결국
마음의 자신감을 만든다.
글도, 춤도, 그리고 삶도
평생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멈추지 않는 연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