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다루는 사람과 휘둘리는 사람, 뭐가 다를까

by 윤다온


'돌아가면 돌아간다고 말을 해줘야지' 주엽역에서 대화역방향으로 직진하던 버스는 우회전을 했다. 버스가 방향을 틀자마자 50대 남성의 목소리가 폭발했다. '아이씨... 안그래도 바쁜데 사람한명 더태우려고 그러면 안되지'
그는 기사님을 향해 불같이 화를 냈다. 그 기운은 버스를 가득 채웠다. 승객들은 갑작스러운 소리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버스안 공기는 불쾌함으로 오염되었다. 타기전 보이는 버스옆면에는 정차역이 써있다. 정류장에 정차역 포스터도 붙어있다. 하지만 그는 확인하지 않았고 기사님에게 대화역 가냐고만 물었다. 기사님은 돌아서 간다는 이야기를 놓쳤을뿐 대화역 가는것은 사실이다. 자신의 조급함과 당혹감을 기사님에게 투사하기 시작했다. 열여덟 욕까지 섞어가며 버스안이 쓰레기통인것처럼 자신의 감정을 쏟아부었다.

인상 깊었던 건 기사님의 태도였다. 기사님은 맞받아치지 않았다.설명하려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다.
그저 감정을 스쳐 지나가게 두고,버스라는 좁고 위험한 공간을 조용하게 지켰다. 만약 기사님이 똑같이 받아쳤다면 버스 안은 난장판이 되었을 것이다. 50대 남성이 화를 낼때 대부분 기사님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죠. 확인을 안 하신 건 손님이잖아요'
이 중 어느 하나만 말해도 그 남성의 불꽃은 더 크게 번졌을 것이다. 옳고 그름을 따졌다면 각자의 감정은 폭발했을것이다. 그러나 기사님은 '이건 내 감정이 아니다’라는 듯, 불같은 화를 흘려보냈다. 그 덕분에 버스 안은 안전했고 우리는 사고 위험 없이 목적지로 향할 수 있었다.

같은 정류장에서 내린 그 남성은 버스안에서는 급한 일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신호를 건넌 뒤 KT 대리점에 들어갔다. 다시 나와 근처 편의점으로 걸어간간다. 분초를 다투는 일은 없었다.그는 상황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라 그렇게 반응하도록 굳어져 있는 패턴 때문에 화를 낸 거구나. 분노는 갑자기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다. 오랫동안 감정을 다루지 못한 사람이 몸으로 만들어놓은 하나의 습관이다. 어떤 사람은 당황을 분노로 표현한다. 누군가는 실수를 투사로 던지며 위안을 얻는다. 우리가 그 패턴의 희생자가 될 필요는 없다. 버스 안이 평온하게 유지된 이유는 분노한 사람의 감정을 흘려보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감정을 조절하면 공간 전체가 안전해진다. 한 사람이 침착하면 버스 안 전체의 온도를 낮춘다. 분노는 전염되지만, 침착함도 똑같이 전염된다.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타인의 분노를 그대로 흡수하고 반응할것인지. 그냥 흘려보낼지. 분노는 습관이고,관찰과 멈춤은 선택이다. 침착함은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기술이다. 그 기술을 익히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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