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알고리즘은 오래된 장면을 다시 꺼내 건네준다. 요즘 내 피드에는 관계와 감정, 그리고 댄스 영상이 자꾸 떠오른다. 이효리가 핑클 멤버들과 자전거를 타며 여행하는 장면이었다. 네 사람이 줄 지어 달리다가 이효리가 큰 나무 그늘을 지나 멈춰 서며 말했다.
'내가 왜 나무 지나서 섰는 줄 알아?내가 먼저 지나가야 너희가 그늘 아래에서 쉴 수 있으니까.
배려는 상대가 몰라줘도, 내가 하고 좋으면 충분한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안쪽에서 조용한 파문이 일었다.누구도 부탁하지 않았고, 누구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스스로 햇빛으로 먼저 나아갔다.멤버들이 자연스럽게 그늘로 들어설 수 있도록. 그 작은 행동 안에는 보고 있음. 살피는 마음이 고요하게 들어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효리는 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상처들을 다양한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다. 어린 시절부터 데뷔 이후까지. 수많은 시선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며 버텨온 사람.
자기를 아끼는 법을 뒤늦게 배운 사람. 그래서일까. 자신이 견뎌낸 어둠을 알고 있는 사람만이 누군가에게 그늘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더 잘 안다.
외로운 밤을 꼭 통과해야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보낸사람은 다른 사람의 쓸쓸함을 보자마자 알아차린다. 지쳐본 사람만이 작은 쉼이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 상처를 겪어뒤 치유된 사람만이 자연스럽게 그늘이 되어줄 수 있다. 그 장면을 보다가 문득 떠올랐다.나도 한때는 내 상처를 왜 나만 이럴까라며 부끄러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살다보니 상대가 알아채서 고마워하는 순간보다 내가 먼저 따뜻해지는 순간이 훨씬 많다.남이 몰라도 괜찮다. 내게 자연스럽고 편안한 행동이라면, 그걸로 이미 충분하다.
우리는 언젠가 서로의 자리를 바꾼다. 그늘을 먼저 지나쳐주는 사람이 되었다가,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어느 날은 그늘 아래에서 쉬어가는 사람이 된다.
지금 내가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잠시 그늘을 비켜주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 작은 배려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순간, 내 마음도 한 뼘 더 자란다.오늘 나는 내가 지나친 그늘에 누군가가 편안히 쉬어갈 수 있었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언젠가 나에게도 누군가가 그늘을 내어주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를 고마움으로 맞이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 나는 지금, 조금씩 연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