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과 망설임 사이에서

by 윤다온


우르르 쾅. 촤르르르. 새벽에 천둥번개가 쳤다. 아침에 나가니 비가 그쳤다. 밤새 바람이 더 차가워졌다. 여전히 물이 고여있는곳도 있었다. 백석역 스타벅스를 지날즈음. 휠체어를 탄 80대로 보이는 어르신이 눈에 들어왔다. 흰색 마스크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어르신은 마스크를 주우려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몸의 균형이 위태로워 보였다.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마스크를 주워서 그분께 건넸다.
우리가 건네는 것은 종종 물건이 아니다. 서로의 하루를 가볍게 해주는 작은 연결이다.

도움이라는 행동을 좋게만 이분법적으로 생각했던 적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도움 받는것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다가가야 할까. 괜히 더 불편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어떤 날은 선뜻 행동한다. 또 어떤 날은 망설인다. 심지어 누군가는 도움 받는 것이 더 민망하고 불편할 수 있다. 나 역시 과거에는 이런 장면에서 멈칫거리기만 했다.
내가 도와도 되나. 오해받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이 앞서 몸이 굳을 때가 많았다.
도움은 마음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 순간의 용기와 상황이 맞아야 가능했다.
하지만 오늘 그 장면에서 나는 조금 다르게 느꼈다. 누군가를 도운 것이 아니었다. 그 사람의 불편을 덜어주는 거리감안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였다는 느낌.
그 어르신이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나 역시 그 짧은 순간을 통해 마음이 가벼워졌다.

도움이란 거창한 의무가 아니다. 그 순간 보이는 작은 불편함에 관심을 갖는 일이다.
누군가는 지나칠 수 있다. 누군가는 멈출 수 있다.
각자의 하루와 감정의 무게가 다르다. 어떤 선택도 틀리지 않다.
한 사람의 작은 움직임은 또 다른 사람의 하루에 따뜻한 온기로 남을 수도 있다.

세상은 사람들 사이의 미세한 배려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도움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삶을 조금 덜 무겁게 해주는 인간의 방식이라는 것.
우리는 누군가에게 예상치 못한 박씨를 건네주는 존재가 될 때가 있다.
그 작은 씨앗이 상대의 하루에서 조용히 싹을 틔우기도 한다. 이런 순간은 도움을 받는 사람만 달라지지 않는다. 도움을 준 사람도 조용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
‘나는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감각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결국 우리가 건네는 것은 사람 사이에 놓인 하루의 무게를 조금 덜어주는 마음이다.
옛 이야기에서 제비가 물어온 박씨는 작은 선행 하나가 예상치 못한 풍요로 이어지는 은유였다.
오늘의 작은 배려 또한 누군가의 감정·존엄·하루에 보이지 않는 씨앗이 되어 자라난다.
선행은 착해야 한다는 도덕이 아니다. 관계가 연결되는 방식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은근한 삶의 지지다. 세상은 거창한 변화보다 이런 작은 순간들로 조금씩 따뜻해진다.
오늘 내가 멈췄다면 어떤 날엔 다른 누군가가 멈출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우리가 할 수 있을 때. 서로의 하루를 가볍게 해주는 사람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누구나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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