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끝, 허무함을 느끼는 당신에게

by 윤다온


2주뒤면 2025년이 끝난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같은 생각이 스친다. 나는 올해 뭘 이뤘지?
영숙이는 샀던 집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미정이는 남편이랑 세계일주 여행간다고 한다. 민주는 아들이 요번에 서울대 입학했다고 한다. 남들과 비교 스위치가 켜지는 순간. 나는 올해 뭐하고 살았나하는 허무감이 찾아오곤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이 떠오른다. 올해는 꼭 달성해보겠다 다짐했던 목표들. 다이어트. 금주. 운동. 영어회화...올해도 작심삼일이 되었다. 그리고 2026년 목표목록에 다시 적는다.
남들은 계속 성장하고 잘사는거 같은데. 나는 왜 매년 똑같지. 조용히 비교의 마음이 올라온다. 이 비교는 올해의 모든 시간의 의미를 흐려놓는다.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는 아보하의 전망을 보였다. 아주 보통의 하루. 잠시 창밖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 그것도 유행이라니 따라해보았다. 마케팅 강의도 들었다. 여러가지 강의도 듣고 자격증도 땄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질문이 빠졌었기 때문이다. 남의 기준으로 채워나갔기 때문이었다.

성과는 중요하다. 생존의 가장 중요한 척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과 없이 나 자신으로 살아낸 하루하루도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버티고, 견디고, 선택하고, 살아내 준 나. 그 존재가 올해를 지켜냈다는 단순한 사실. 허무함은 성취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 부족에서 나오는 감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비교 대신 나를 위한 작은 의식들을 일상 속에 들여놓기로 했다. 그리고 연말을 맞아 몇가지를 추가했다. 허무감을 느꼈던 과거의 나. 올한해의 끝, 허무함을 느끼는분들께 내가 해봤던 방법 4가지를 공유해본다.

첫째. 오늘의 나를 기록하기
타인에 대한 인정은 해주지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인색한 경우가 많다. 나의 잘한점들을 기록해보자. 기록하다보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둘째. 나만의 파티열기
새로운 장소에서 혼자만의 식사를 해보는 것도 좋다. 케이크나 화려한 장식이 없어도 된다.
중요한 건 누구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가라는 감각이다. 조용히 나를 위한 의식을 만드는 것 자체로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올해 나만의 송년회를 계획했다. 벨라시타 애슐리퀸즈에 혼자 가보았다. 12월이라 디저트 메뉴 구성도 풍성했다. 연말 분위기가 느껴지는 공간 속. 나에게 쓴 편지를 조용히 펼쳐 읽었다.
'다온아, 올해도 잘 살아줘서 고마워.'
그 문장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허무함은 힘을 잃었다. 마음 한가운데에 잔잔한 충만함이 스며들었다.
누군가는 시간이 허락치 않을수도 있다. 특별한 공간, 케이크나 화려한 장식은 없어도 된다. 5분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조용히 나를 위한 의식을 만드는 것 자체로 충분하다.
셋째. 나에게 편지 써서 읽어주기
올한해 나만의 성취. 힘들었던 일. 이겨낸일. 수고했다고 고마웠다고 말해주는 시간. 나는 어떤 태도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냈는지를 기록하다보면 의미를 발견한다. 내적 만족감에 집중하면 허무함은 힘을 잃는다.
넷째. 스냅스에서 나만의 앨범 만들기
스냅스 어플을 이용해서 나만의 앨범을 만들수 있다. 사진찍는것을 좋아한다면 일상 조각들을 앨범으로 기록하는것도 좋다. 그때의 순간들이 다시 경험되면서 행복감을 느낄수 있다.

올해 우리는 아무것도 안한게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성실히 자신을 살아냈다. 누구에게 보여줄 성과가 없어도 된다. 무사히 한해동안 살아냈다는 존재 자체가 올해 이뤄낸 가장 큰 성과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허무함은 사라진다.

올해의 마지막은 이렇게 마무리하면 어떨까?
남과 비교하지 않는 연말. 나만을 위한 작은 축하. 나의 존재를 인정하는 조용한 의식.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자.
'올해의 나야,성과가 없어도 괜찮아. 존재만으로도 삶의 자리를 지켜줘서 참 고맙다.'
내년의 우리는 올해 존재 그대로를 사랑해준 그 마음 위에 더 단단하게 쌓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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