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덕피자집앞의 바이러스

by 윤다온



어제 일산은 비가 왔다. 바람은 차가웠고 마스크에 완전무장하고 집을 나섰다. 몸살감기기운이 있어서 기름진게 먹고 싶었다. 포폴로피자의 아란치니가 떠올랐다. 버섯리조또를 튀긴 주먹밥인데 쭈욱 늘어나는 치즈가 들어있다. 포폴로 피자는 일산맛집으로 유명하다. 쉐프가 2023 나폴리피자대회 STG 월드챔피언을 수상했다고 한다. 화덕피자 맛집으로 유명해서 늘 사람이 많다. 호수공원 광장에서 걸어가면서 바라본 가게.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가게 앞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외투안에 손을 넣고 있었다. 비온뒤 더 차가워진 바닥. 발을 번갈아 디디며 서 있었다. 식사가 끝난 팀이 나와야 다음팀이 들어갈 수 있다.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다 한 팀이 조금 과한 웃음소리를 냈다. 연인들은 마주보고 장난을 쳤다. 그러다가 그만 앞 사람을 실수로 툭 쳐버렸다. 사과가 나오기도 전에 앞사람은 째려보듯 뒤돌아보며 짧게 말했다. 아이씨...
장난치다가 실수한 팀이 재빨리 사과했으면 했다. 이제 갓 대학교 입학한것 같이 보이는 남성은 더 큰소리를 쳤다.
'뭐요?'
그때 옆에 서 있던 다른 사람이 말을 보탰다.
'거, 좀 조용히 합시다.'
그 한마디가 분위기를 바꿨다.

장난이었고, 실수였다. 하지만 순식간에 일이 커졌다. 목소리가 겹치고 말이 겹치면서 시비가 붙었다.
날카로운 말들. 차가운 공기만큼 몸과 마음을 굳게 만드는 말들로 가득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마에 해골바가지가 그려질것 같았다. 내 일이 아니었는데 몸은 같이 화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제의 화는 누가 일부러 만들어낸 감정은 아니었다. 감기 바이러스와 가까웠다.
비 온 뒤라 추웠다. 다들 배가 고프니 예민했을것이고. 오래 서 있다보니 몸도 지쳤던것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아프지 않아도 가까이 있기만 해도 기운부터 옮는다.
화도 그랬다. 상태가 약해진 틈을 타 사람들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나는 그 줄에 서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 포장을 부탁했다.
집에 와서 접시에 아란치니를 담았다. 샐러드를 먹은뒤 아란치니를 한입 베어물었다. 피자집에서의 사건이 다시 생각났다. 그 순간의 감정. 바이러스처럼 옮겨 다녔던것 같았다.

오늘 벧엘교회 예배를 가는길. 포폴로 피자집 앞을 지나가다 어제의 장면이 떠올랐다.
비 온 뒤의 추위와 길게 늘어섰던 줄. 감기처럼 번졌던 감정들. 화는 그렇게 주변으로 옮겨 붙는다.
나는 오늘 그 기억을 지나 마스크를 벗어도 괜찮은 상태로 걸어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한해의 끝, 허무함을 느끼는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