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은 빠르고, 나는 생각보다 자주 흔들린다. <<먹는욕망>>책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다. 인간은 원래 천천히 음미하도록 진화했지만,먹는 욕망은 인간이 참기 가장 어려운 욕망 중 하나라고. 저자 역시 알고 있었다. 머리로는 잘 알지만 책을 쓰다 말고 과자를 하나 뜯어 먹으며 글을 쓰고 있다고.
나는 그 문장에서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평소 먹어보고 싶던 음식을 보면 뇌에서는 이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상은 감각 신호를 대뇌피질로 보낸다. 대뇌피질은 말한다.
'참 맛있게 생겼구나.'
이건 내가 분명히 의식할 수 있는 단계다. 그다음 시상하부가 욕구 신호를 만들어낸다.
그 신호는 뇌간을 거쳐 근육으로 전달되고 몸은 대상에 접근해 먹는 행동을 만든다. 뇌는 그제야 이렇게 말한다.
'맛있게 생겼으므로, 내가 그것을 먹고 있구나.'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먹고 나서야 내가 먹고 있다는 걸 아는 구조라니. 욕구에 대한 의식과 무의식은
서로 협력하기도, 경쟁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 말이 유난히 현실적으로 들렸다.
예전에 두바이 초콜릿을 먹어본 적이 있다. 한 번 먹고 다시는 사지 않았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다. 너무 잘 알아서다. 한 번 더, 한 번 더, 계속 손이 갈 걸 알기 때문에. 절제할수 없는 나를 잘 알기에 안산다.
최근 카페인중독에 두바이 와플이 출시됐다.비주얼만 봐도 엄청나다. 생크림은 내가 좋아하는 만큼 듬뿍이고 카다이프는 와사삭 씹힐 게 분명하다. 딱 보면 안다. 아는 맛이다. 그래서 더 눈길이 간다. 가끔 먹방 유튜브를 보게 된다.사각사각 씹는 소리가 좋아서 무한 반복해서 보게 된다.
이쯤 되면 의지가 약한 걸까, 절제가 부족한 걸까.
나는 건강을 이유로 1년 전부터 인슐린이 덜 올라가게 하는 순서로 식사를 하고 있다. 이유가 분명하지 않았다면 아마 여전히 욕망이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있었을 것이다. 욕망은 논리로는 잘 설득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선택을 바꿨다.월요일에 출시된 두바이 와플이 궁금하다.마음은 여전히 흔들린다. 그래서 배달의민족 앱을 삭제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욕망과 정면 승부를 하는 일이 아니라 유혹에 빠질 수 있는 환경을 줄이는 일이었다.
욕망에 흔들린다고 해서 내가 약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그건 인간의 구조다.중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흔들리는 나를 어디에 두느냐다.
나는 오늘도 먹는 욕망을 느낀다. 그러나 그 욕망에 내 몸을 맡기지는 않는다. 욕망은 빠르고, 돌봄은 느리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느린 쪽을 선택한다. 아직 살아갈 날이 많기에, 조금 더 건강한 삶을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