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그리고 선물

by 윤다온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뭔가 특별하게 보내야 할 것 같았던 날들이 있었다. 친구들이랑 함께할까. 가까운분들에게 선물 준비할까. 어디론가 여행을 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질문이 이렇게 바뀌었다.오늘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꼭 약속이 있어야 할까,
조금은 조용해도 괜찮을까. 생각해보면 조용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그냥 그렇게 보내고 싶은 상태일지도 모른다. 평소엔 일정이 많고, 하루가 금방 지나가는 쪽에 가까웠던 사람들. 그런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어느 날부터는 하나씩 더 빼고 싶어진다.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고,아무 계획이 없어도 하루가 충분하게 느껴진다.그래서 크리스마스에 조용해지는 건 외로움 때문이라기보다 선택에 가깝다.

SNS를 열면 여전히 반짝이는 장면들이 보인다. 누군가는 호텔에서 케이크를 사고 정성스럽게 음식을 플레이팅해 올린다. 누군가는 나를 위한 선물이라며 명품을 올린다. 또 누군가는 해외여행 사진을 남긴다. 그 장면들을 보는 순간, 비교의 스위치가 켜진다. 그리고 우리는 잘 살고 있던 하루를 갑자기 의미 없게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분위기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 각자에게 맞는 하루의 온도는 다르니까.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의미가 생기는 날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오늘이라는 하루는 간절히 바라던 기적 같은 날일 수도 있다. 그 하루가 주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특별하다.그래서 오늘은 기쁘게 하루를 시작해도 되는 날. 그 하루가 주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선물을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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