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이유, 운동을 안해서일까

by 윤다온

지난달, 왁싱을 하러 갔을 때 원장님이 말했다. 수술 이후로 잠을 거의 못 주무신다고. 신경안정제도 복용 중인데 잠이 깊게 오지 않는 날들이 오래 이어진다고 했다. 나는 내가 즐겨 듣는 물소리 명상음악 유튜브를 알려드렸다. 깔대기처럼 대나무를 통해 흘러나온물이 다시 강으로 흐르는 수면유도음악.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듣고 있으면 편안해진다. 그날은 그게 내가 건넬 수 있는 도움 같았다.
그리고 어제, 다시 왁싱을 하러 갔을 때 원장님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하셨다.운동을 안하고 지냈는데 퇴근 후 헬스장에 가는 루틴을 추가하셨다는거였다. 그 뒤로 오히려 잠이 더 안 온다는 거였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게 비단 원장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잠을 못 자면 이렇게 말한다.
'운동이 부족해서 그래. 운동을 해서 몸이 피곤하게 해봐. 그러면 잠이 잘 올 거야.'
그래서 더 움직인다. 퇴근하고 헬스장에 가서 역기를 들거나 달리기를 한다.
땀을 더 흘리고 몸을 더 몰아붙인다. 몸은 더 힘든데 잠은 더 멀어진다.

현대인의 문제는 계속 긴장한 상태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것에 가까운것은 아닐까.
우리는 하루 종일 속도를 내야한다. 타인의 요구에 반응하고 소통해야 된다. 끊임없는 선택과 의사결정을 해야한다. 퇴근후 침대에 누워 있어도 머릿속은 여전히 풀가동중이다. 업무의 여운, 관계의 잔상,내일에 대한 걱정까지.이런 상태에서 운동을 더 추가하면 몸은 피곤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잠이 오는것은 다른문제다. 신경계는 오히려 더 각성된다. 그래서 몸은 눕는데 잠은 오지 않는건 아닐까.

불면으로 고생한적은 없지만 원장님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다.
과거의 나도 그랬다.
'이 정도는 해야지. 몸이 보내는 신호보다 to do list가 우선이였다. '
피곤한 이유를 항상 부족함에서 찾았다.
운동이 부족해서,노력이 부족해서,자기관리가 부족해서.
문제는 부족함이 아니라 과잉 각성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잠은 의지로 얻는 게 아니다. 통제로 얻는 것도 아니다.몸이 '이제 안전하다'고 느낄 때 스르르 잠드는것이다. 어쩌면 필요한 건 더 많은 자극이 아니라 더 적은 요구일지도 모른다.

피곤하거나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독자님들께 내가 해본 세가지를 공유해본다.
첫째, 몸보다 신경계를 먼저 쉬게 한다.
'~해야한다. ~되야한다'는 목적없는 자연스러운 소리를 10분간 틀어두자.
물소리, 빗소리, 싱잉볼소리, 윈드차임소리. 그 어떤 소리라도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소리라면 괜찮다.
잠들어야 한다는 목적 없이 그냥 흘러가게 틀어두자.
둘째, 나에게 오늘을 끝내는 문장 하나를 말해보자.
'오늘하루 수고 많았어'
이 말은 다짐이 아니라 이제그만 잠자리에 들어도 된다는 신호다.
셋째, 내일을 위해 오늘을 하나 줄인다.
운동 대신 스트레칭 5분. 해야되는 루틴 하나 삭제. 알람 하나 끄기.
줄여도 괜찮다는 경험이 몸에 쌓이도록. 과잉된 일중 덜 중요한것 하나를 걷어내보자.

우리는 몸을 쉬게 하려고 하면서 오히려 몸을 더 밀어붙인다. 잠들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은 약한 게 아니다. 이미 너무 오래 버텨온 사람들일지 모른다. 오늘은 몸을 더 쓰는 대신 몸을 믿어보는 밤이었으면 좋겠다. 잠은 노력의 보상이 아니라 안전의 신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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