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다이어트

by 윤다온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해마다 우리가 목표로 정하는 1순위는 운동과 다이어트다.
올해 목표에 다이어트를 적어두신 분이 있을까. 나 역시 그 항목을 적어두었다.아주 거창하게가 아니라, 1년 동안 약 6kg 정도.내 키와 지금의 몸 상태를 고려했을 때 조금 더 감량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만.
일반적으로는 한 달에 1~2kg 정도의 감량을 권장한다고 한다. 계산상으로는 더 빠르게 갈 수도 있었지만,
그 속도는 내 몸에 맞지 않을 것 같았다. 이미 한 번, 체중 감량 1차 목표를 달성한 뒤 아토피 증상이 심하게 올라와 감량을 중단해야 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이번에는 속도보다 상태를 먼저 두기로 했다.무너지지 않고, 회복 가능한 범위 안에서 천천히 가는 쪽을 선택했다.

예전의 나는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무언가를 계속 먹고 싶어 했다. 터진 입은 주체할 수 없었고
먹고 난 뒤에는 늘 불편함이 남았다. 이런 상태를 오랫동안 의지의 문제로 해석해왔다.그래서 더 나은 식단을 찾고, 더 쉬운 방법을 찾았다. 이미 검증됐다는 온갖 다이어트 방식을 따라 하려 했다.하지만 체중 감량을 경험하면서 조금 다른 질문을 하게 됐다.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먹지 않아도 될 때 먹고 있었던 건 아닐까.몸의 신호를 배고픔으로 오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번 감량에서 가장 중요했던 변화는 무언가를 더하는 방식이 아니었다.핵심은 중단에 가까웠다.다만 중단을 참는 방식으로 가져가면 오래가지 않는다. 지나치게 참으면 결국 다른 형태로 터지게 된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을 다루는 방식의 문제에 가깝다.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대체였다.설탕을 완전히 끊기보다는 알룰로스로 바꾸기, 단 음식이 당길 때는 달달한 향이 나는 차 한 잔으로 대신했다. 먹는 즐거움이 필요할 때는 음식 대신 악기 연주나 펜드로잉하기. 리듬이 있는 활동으로 방향을 옮겼다. 맛과 즐거움을 없앤 것이 아니라,즐거움이 향하던 통로를 조금 다른 쪽으로 옮긴 것에 가깝다.
그렇게 하자 억지로 버티지 않아도 욕망은 이전보다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체중이 줄어들면서 또 하나 분명해진 점이 있다. 욕망은 먹는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고 싶은 마음이 줄었고,하지 않아도 될 것들이 늘어났다. 빽빽하게 채웠던 일정도 조금씩 느슨해졌다.
이 변화들을 겪으며 나는 욕망을 어떤 하나의 감정으로 단정하거나 판단하지 않았다. 먹는 욕망,소유하려는 욕망, 계속 움직이려는 욕망. 어쩌면 나와의 대화가 충분하지 않은 채, 외부의 소리에 더 많이 귀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에 나타난 신호였을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몸이 힘들어도 일정을 줄이지 못했다.멈추면 안될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식단뿐 아니라 활동과 일정도 함께 정리하기로 했다.꼭 가지 않아도 되는 모임은 덜어내고,의도적으로 휴식시간을 늘렸다. ‘하면 좋을 일’보다‘하지 않아도 괜찮은 일’을 덜어냈다. 이 선택은 더 잘 살기 위한 전략이라기보다, 나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한 시간에 가까웠다.

SNS 역시 같은 맥락에 있었다. 보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비교를 부르는 화면들, 의도하지 않게 마음을 흔드는 자극들. 그래서 소통을 위한 글쓰기를 제외하고는 SNS 사용을 줄였다.SNS를 덜어내자 비교와 반응이 함께 줄었고, 그만큼 내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조금 더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욕망 다이어트는 단순하다. 욕망이 올라올 때 이 감각이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지
살펴보고 알아차리기. 배고픔인지,피로인지, 아직 언어로 붙이지 못한 감정인지.
그래도 욕망이 남아 있다면 즉시 실행하지 않는다. 사진첩에 저장해 두고 기록으로만 남긴다.
욕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연습이다. 이 정도의 여유만으로도 욕망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욕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순간 욕망이 올라온다.
먹고 싶고,하고 싶고,채우고 싶고,움직이고 싶다.다만 이전과 달라진 점은 그 욕망을 곧바로 실행하지 않아도 괜찮아졌다는 것이다.그래서 올해는 무언가를 더 채우는 해라기보다, 더 깊은 소리들을 더 자주, 더 자세히 듣는 해로 정했다. 외부의 소리보다 내 안에서 올라오는 신호에 조금 더 귀 기울이기.
무엇을 더 가져야 할지보다 무엇을 덜어내도 괜찮은지를 천천히 살펴보는 시간으로.
욕망 다이어트는 끝내야 할 계획이 아니라,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 가깝다는 것을 체중을 줄이는 동안 함께 배웠다. 내가 실천해본 욕망 다이어트 네가지를 공유해본다.
첫째. 욕망을 실행하지 말고, 보관한다.
먹고 싶다, 사고 싶다, 하고 싶다는 욕망이 올라오면 바로 실행하지 않는다.
대신 사진첩에 폴더를 만들어서 저장하거나 메모로 남긴다. 욕망을 없애려 하지 않고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 말고 나중에 들어보는 신호로 둔다.
둘쨰. 참지 말고, 감각을 대체한다.
설탕대신 알룰로스나 스테비아. 달달한 향기가 나는 차 한잔. 먹는 즐거움 대신 활동(댄스, 드럼, 악기 연주, 펜드로잉, 손을 쓰거나 리듬이 있는 활동)
핵심은 절제가 아니라 비슷한 감각으로 통로를 바꾸는 것이었다.
셋째. 뭘 더 하지 말고, 하던 걸 하나 멈춘다.
가지 않아도 되는 약속 하나 취소하기. 꼭 보지 않아도 되는 SNS 화면 닫기. 오늘 안할것들 정하기.
욕망 다이어트의 핵심은 추가가 아니라 중단이었다.
넷쨰. 하루에 한 번, 5분간 나와 대화하며 내 소리를 확인한다.
이 욕망은 배고픔인가?피로인가?아니면 그냥 외부 소리에 반응한 걸까?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질문만 던진다. 그게 익숙해진 뒤에는 매일 나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나의 몸과 마음일기장과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관리했다.

배움에는 끝이 없고, 나를 알아가는 일 역시 사는 날 동안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이 과정은,언제나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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