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이 신호를 보내는 계절

by 윤다온

겨울만 되면, 나는 자주 체한다. 그래서 식사때 따뜻한 죽을 끓여먹을까해서 편의점에 들렀다.
여사장님 안색이 평소와 달랐다. 괜히 지나치지 못하고 여쭤봤다.
'어디 불편하세요?'
사장님은 웃으며 말했다.
'체한 것 같아요. 근데 늘 그래요. 겨울만 되면.'
뭘 드셨냐고 물었더니, 특별히 먹은 건 없단다.
병원도 여러 군데 가봤지만 검사 결과는 늘 정상이었고, 의사는 '신경성 복통 같은 거죠'라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이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도 그랬으니까.

예민한 사람들은 안다. 위장은 먹은 것만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걸. 날씨가 갑자기 추워질 때.
사람 많은 곳에 다녀왔을 때. 불편한 사람이랑 식사를 했을 때. 그럴 때 위는 말을 걸어온다.
더부룩함, 체한 느낌, 묵직한 압박감으로.
신기하게도 여름엔 괜찮다. 똑같이 먹어도, 똑같이 생활해도.
겨울만 되면 반복된다. 이쯤 되면 의심해볼 만하다.
‘내 위장이 약한 걸까?’가 아니라
‘내 신경계가 겨울에 예민해지는 걸까?’

검사에선 안 나오지만, 몸은 이미 알고 있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면 괜히 더 혼란스러워진다.
'아무 이상 없네. 그럼 내가 예민한 건가? 마음 문제인가?'
하지만 예민하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 감지 능력이 빠르다는 뜻에 가깝다.
섬세한 사람의 몸은 위장을 신경계의 신호등처럼 쓴다.고장 난 게 아니라 신호를 먼저 보내는 것뿐이다.
나도 예민해서, 이렇게 해봤다
나는 예전에 체하면 소화제 먹고 버텨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럴수록 회복이 느렸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위를 고치려 하지 않고, 신경계를 먼저 낮추는 쪽으로. 이렇게 해봤더니 확실히 달랐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해봤던 방식이고 사람마다 건강상태와 기질이 다르다. 그리고 나는 의사가 아니다. 그러니 나의 글을 참고정도만 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겨울마다 더 신경쓰는 세가지를 공유해본다.
첫째. 먹기 전에, 위장보다 몸을 먼저 풀기
식사를 하려고 외부로 이동하거나 신경을 쓴뒤 식사할때는 음식을 먹기전 몸에 이완을 먼저 시켜주는 활동을 한다. 식사전 뜨거운 물한잔 먼저 마시기. 식사 직전 배를 지긋이 누르며 길게 내쉬는 호흡5번을 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위장이 편안해진다.
둘째. 겨울에는 최선 대신 최소
겨울에는 체온을 유지하는데에도 에너지소모가 크다. 빡빡한 스케줄, 과중한 업무량. 많은 사람들과의 접촉. 이런것들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주범이다. 이런 활동뒤 휴식시간없이 바로 식사를 한다면 위장이 좀 더 불편할수 있다. 추위에 이겨내느라 소진된 몸이 회복할 시간을 두지 않은채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가 안될수 있다. 겨울만되면 잘 체한다면 겨울에는 스케줄도 식사메뉴도 조금 덜어내는것이 좋다.
셋째. 식사후 휴식시간
식사를 하는것도 위장은 에너지소모를 하는 시간이다. 식사후 여건이 된다면 멍때리기, 잠시 눈붙이기를 하는것도 좋다.

사장님이 떠오른다.편의점 사장님은 섬세한 분이다. 찾는 물건이 없으면 기억하고 채워두신다. 손님들이 하는 말 하나도 잘 기억하고, 잔돈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계산대앞에서 마주할때 나의 필요를 미리알고 많은순간 앞서 챙겨주신다.
그런 사람이 겨울만 되면 체한다면, 그건 약해서가 아니라 늘 깨어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몸이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들. 조금만 무리해도 바로 신호를 보내는 사람들.

예민함은 고쳐야 할 성격이 아니라 관리해주면 힘이 되는 특성이다.
이 글을 읽는 이웃님 중에 위장 기능에는 이상이 없는데 겨울만 되면 종종 체하는 분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무언가 잘못한 게 아니에요. 그건 몸이 말을 건 것뿐이니까요.
그 말을 조금만 더 다정하게 들어주세요. 그리고 몸에게 다정한 손길을 자주 건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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