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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경 Sep 14. 2022

키친


설탕을 뿌리고 


눈을 감은 화강암


곱게 갈아 놓은 피부, 스치는 입술 


무덤이라면


그 많던 입자의 설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은 밀가루처럼 살아날 것 같다가도


빨갛게 배인 국물에 통곡하다가도


역시 네가 아니었구나!라고


파 세 뿌리, 무 한 개, 표고버섯과 통통한 이름들


마음이 묻은 건 더러우니


머리와 발을 잘라 버리게.


칼날을 붙잡던 대화도 총총 잘려 나간다


주로, ‘나는' 이란 말과 마침표들


물이 섞여 길을 만든다.


따라와, 다른 걸 들을 수 있어


볼록한 얼룩이 


하얗게 부르는 옛날 노래


따라 부르려면


당장 지워지지 않지만 


곧 청소될 테니


아줌마의 눈을 잠시 멀게 하자


발부터 뜨끈하게 지지는 저녁


끓고 있는 혀를 꺼내봐


얇게 채친 멜로디를 흩트려


두서없이 노래할까? 


이제 냄비를 태워도 좋아


이미 익어 봤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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