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스리는 마법의 주문
내 마음에 인사이드 아웃 캐릭터가 있다면 '버럭이'가 운전을 하고 있을 거다.
내 마음속의 '버럭이' 이는 어쩌면 모친에게 물려받았는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화를 내?" 물으면 "화내는 거 아니야. 그냥 말하는 거지."라고 답하는 우리 모친.
나도 같은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마음속 '버럭이'는 아주 가끔 일 잘하는 캐릭터로 변신하기도 한다.
불의를 참지 못할 때 열정을 부추기는 도구로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화를 이기지 못해 덤벙대게 하기도 하고
나를 공격하는 창이 돼 되돌아온다.
오늘 내 '버럭이'는 별 거 아닌 회사 일에 화가 났다.
집에 왔는데도 좀처럼 열이 식지 않는다.
버럭이는 10분은 회사 선배에게 전화로 조언을 구했고
일 끝내고 온 남편도 30분은 시달려야 했다.
잠 잘 무렵까지 달래지지 않는 화.
옆에 누운 두 딸을 재우기 위해 화를 누르고 어쩔 수 없이 우리 집 루틴을 반복한다.
큰 아이를 낳은 13년 전 그날부터 나는 아이가 자기 전
"아이야 태어나줘서 고마워. 덕분에 엄마가 행복해"라는 말을 해왔다.
말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내 말을 따라해 온 큰 아이
"엄마도 잘 자고 좋은 꿈 꾸고 사랑해요."라고 대답한다.
둘째와 셋째도 어느 순간부터 오빠 말을 따라하며 종알댄다.
성질을 꾸욱 누르고 반복해 본다.
"잘 자고 좋은 꿈 꾸고 사랑해."
두 아이를 토닥이며 재우고 보니 스르르 버럭이도 잠이 들었다.
아이를 낳으면 "네가 태어나 행복해"란 말을 해주라고 했던 출산 준비 도움 선생님.
선생님 말씀을 꾸준히 지킨 덕에
오늘도 무사히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