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마주침, 그리고 나의 다짐

나는 아직 여름 안에.

by 윤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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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모아둔 연둣빛 일기장.|


초여름.

연두잎을 타고

천천히 자라나는 꿈.






저는 이곳에

제가 오래 품어온
계절의 꿈을
조용히 기록하려 해요.









_여름밤의 마주침, 그리고 나의 다짐


어처구니없는 실수들과 어긋나는 타이밍 끝에, 결국 나는 나의 꿈을 다시 마주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마음 한편에서는 이런 순간이 언젠가 오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영성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모든 좌절과 지연조차도 하나의 흐름처럼 느껴진다.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다만 막상 눈앞에 닥쳤을 때, 나는 예상치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말았다. 그 순간은 마치 높은 곳에 올라섰을 때의 기분과 닮아 있었다. 두려움과 동시에 어딘가로 뛰어내리고 싶은 기묘한 충동. 꿈을 다시 마주하는 일은 나를 떨리게 했지만, 또 피할 수 없는 어떤 해방의 감각을 불러왔다.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상황을 받아들이자.”











막상 그 장면 앞에 서니 반가움과 붕괴가 동시에 밀려왔다. 여전히 남아 있는 열망과, 수없이 미뤄왔던 나 자신의 한계를 다시 확인해야 하는 순간이 겹쳐졌다. 오랜 시간 다독였던 내 마음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고, 동시에 다시 쌓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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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피곤함과 슬픔이 뒤섞였다. 몸은 지쳐 눈이 감기는데, 마음은 쉽게 잠들지 않았다. 나는 그런 내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인간적이라고 느꼈다. 그래, 나는 결국 성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듯 웃었다. 그날 밤, 오래전 일기에 적어 두었던 문장이 떠올랐다.











“나는 언젠가 누군가를 작게나마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둠 속을 걷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문장을 쓰던 순간의 내가 지금의 나를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그때의 다짐이 헛되지 않았음을, 지금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나는 원래 햇살을 사랑하던 사람이었다. 환하고 밝은 것, 숨김없이 드러나는 빛을 좋아했다.











하지만 꿈을 향해 걸어오며 나는 어두운 밤의 시간을 통과했다. 길이 보이지 않던 날들, 방향을 잃고 헤매던 시간들. 그 시간을 지나며 나는 깨달았다. 빛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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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와 어둠, 그 위에 덧입혀진 공기와 여름의 습도까지도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꿈은 나를 무너뜨렸지만, 동시에 나를 다시 세웠다. 결핍은 나를 작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넓은 시선을 갖게 했다. 나는 이제 여름밤의 짙은 회색조차도 사랑할 수 있다. 그 안에 스며 있는 성장의 기척을 알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여름은 다르다. 하지만 그 여름은 누구에게나 강렬하다. 뜨겁게 타오르다가 언젠가는 서서히 가라앉고, 또 다른 계절로 넘어간다. 나는 다짐한다. 실패를 슬픔으로만 두지 않기로. 그 시간 속에서 내가 얻게 된 감각과 시선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비어 있던 자리에는 이제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밤을 지나온 나, 그림자를 이해하게 된 나, 그리고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나. 이제 나는 다시 시작한다. 사진과 언어로, 다 담을 수 없는 순간들을 기록하며. 여름밤의 색을, 어둠 속에서 빛나던 내 마음을, 다시 태어나듯 써 내려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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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믿는다. 이 모든 과정이 헛되지 않음을. 마주침과 기다림, 그리고 다짐, 그 모든 순간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여름밤을 지나 가을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나의 꿈을 기록하며 걸어간다. 언젠가 이 기록이 또 다른 누군가의 밤을 조용히 밝혀 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글의 온도와 닮은 이미지들을 블로그에 조용히 모아두었습니다. 문장으로 스쳐간 장면을 빛과 색으로 한 번 더 바라보는 시간. 천천히, 여운이 닿는 만큼만 다녀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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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