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기억, 그리고 나의 마음.

우리의 마음은 초여름의 연둣빛

by 윤민아



| 마음을 모아둔 연둣빛 일기장.|


초여름.

연두잎을 타고

천천히 자라나는 꿈.






저는 이곳에

제가 오래 품어온
계절의 꿈을
조용히 기록하려 해요.










_연둣빛 기억, 그리고 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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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위해 생계는 유지했어야 했기에 내가 택한 곳은 물류센터에서 단기직으로 일을 하는 것이었다. 낯선 작업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였다. 그 공간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눈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소리였다.











쿵 하고 상자가 떨어지는 소리, 삐― 하고 울리는 경고음, 관리자들 가슴팍에 매달린 무전기에서 아무 예고 없이 터져 나오는 목소리들.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소리들이 한번씩 화들짝 놀라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나는 매번 어깨가 들썩이고, 숨을 잠깐 멈추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내 손으로 마음을 쓸어내리며 손의 감각을 느껴보았다. 조용히 손을 얹었을때의 그 감각. 시끄럽게 울리는 세상 위로 나의 작은 손바닥 하나가 거친 소리가 밖으로 튀어나오기 전에 한 번 더 걸러지는 감각.











쏟아지던 소음이 천 조각을 한 겹 덧댄 것처럼 조금은 부드럽게 죽어 들었다. 세상 소음과 나 사이에 옅은 방음벽 하나를 세워 주는 존재. 나는 그 감각을 느낄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진정됐다.











물류센터에 일을 하면 할 수록 일을 할 수 있다는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나의 꿈이 너무 멀어져 가는건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 앞에선 꿈을 포기한 듯이 말을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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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나의 꿈을 말했다가 내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들키지 않도록.

‘지금 이 상황에서 나의 꿈을 말하는건 어울리지 않아.’ 그렇게 혼자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마음 한쪽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선을 만들었다. 나의 꿈과 나는 이제 상관없는 일이라고, 지금은 포기했다고. 하지만 어느 날, 마음이 공허했다. 이상하다. 내가 정말 이 길을 포기한 걸까, 아니면 더는 숨기지 않아도 될 만큼 마음이 단단해 진 걸까.











그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 순간부터 내 머릿속은 조용히 소란스러워졌다. 시간이 어느덧흘러 초여름 저녁,

노을이 골목 바닥에 번지던 날 나는 다시 나 자신과 대면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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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 주황빛 꽃들이 초록 잎 사이에서 흔들리고 낡은 벽돌 창에 금빛이 길게 눌어붙어 있던 시간. 나는 속으로 내 스스로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정말 이 길을 가도 되는 걸까?”

대답은 아주 조용하게 돌아왔다.포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그 순간 알았다. 내 꿈은 나를 위축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를 좀 더 성장하고 좌절로 부터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비장의 무기였다는 것을. 초여름 노을이 천천히 저물어가는 골목에서 나는 조금씩 깨달았다. 그동안 나를 진정시켜 준 건 어떤 사람이 아니라 내 안에서 자라고 있던 조용한 꿈이였다는 걸.











그리고 나는 그 꿈의 계절 안으로 천천히 물들기 시작했다.













**이 글의 여운을 초여름의 연둣빛으로 담았습니다. 아이폰 배경화면으로 내려받아, 하루의 시작과 끝에 이 마음을 조용히 꺼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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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